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악템라(토실리주맙)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중증 코로나 환자 치료에 렘데시비르와 함께 악템라가 활용되면서 임상 현장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 치료제로 긴급 승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물량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중증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악템라 처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JW중외제약이 공급 중인 악템라는 체내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6(IL-6)' 단백질과 수용체의 결합을 저해하는 기전의 항체 약물이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전신형 소아 특발성관절염, 다관절형 소아 특발성관절염,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란셋(LANCET)에 악템라가 코로나 중증 악화 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사망 위험까지 감소시키는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주목도가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유럽 의약품청(EMA)이 악템라를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제로 승인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뿐만 아니라 코로나 치료제로도 활용 빈도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악템라가 코로나 중증환자 대상 치료제로 긴급승인 받지 못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사용되는 허가초과(오프라벨)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오프라벨 방식으로 코로나 중환자를 치료중인 대학병원은 55개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대한감염학회, 대항균요법학회 등 전문학회는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제로 악템라를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건복지부 등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염학회 임원인 고대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팍스로비드라는 경구 치료제가 도입됐지만 이는 경증 환자가 대상"이라며 "대형병원에서 전담하고 있는 중환자 치료 관점에서는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렘데시비르 등을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때문에 코로나 중환자 치료에서 악템라에 대한 수요가 있다. 중환자가 절대 다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 옵션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전문학회에서도 필요성은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임상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요성 커지는 데 '악템라' 정작 공급중단 우려
문제는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에서 악템라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제약업계 중심으로 국내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
악템라의 경우 JW중외제약이 지난 2009년 일본 쥬가이제약과 공동 개발 및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문제는 JW중외제약이 일본에서 제조한 악템라 원료와 완제 의약품만 수입하도록 허가받았는데 올해 생산 예정인 원료와 완제 의약품 배정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약업게에서는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더해 코로나 환자 치료에까지 활용 폭이 커진다면 향후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악템라의 국내 매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약 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약 150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2021년 3분기까지 약 13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도의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지난해 말 코로나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악템라의 오프라벨 사용이 급증한데 따른 상황이라는 것이 제약사 측의 설명.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 목적으로 오프라벨 사용 신청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4분기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악템라의 공급중단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제로 긴급 승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칫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도 놓치고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치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상헌 회장(건국대병원)은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에 악템라가 활용되고 있다고 해서 향후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예측을 섣불리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악템라의 경우 정맥주사와 자가주사인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나뉘는데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에 활용이 커지면 질환 조절이 가능한 환자는 자가주사 처방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구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공급이 되고 있고 경증 비율이 높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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