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기관 사전 승인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은 솔리리스(에쿨리주맙) 투여를 놓고 보건당국의 심사 잣대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 환자 투여를 위한 의료기관 사전신청 승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산하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통해 2월까지 진행한 솔리리스 건강보험 급여 사전신청 심의 결과를 의료기관에 안내했다.
한독이 국내 공급 중인 솔리리스의 경우 현재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HN)과 함께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적응증으로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여기서 aHUS은 만성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보체의 활동으로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히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hrombotic Microangiopathy, TMA)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최대 79% 환자가 발병 후 3년 안에 영구적인 신장 손상이 발생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솔리리스가 근본적인 치료제로서 기대 받으며 2016년 aHUS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한 후 2018년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됐다.
다만, 치료제 상한가가 바이알(vial)당 약 513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 터라 복지부와 심평원은 보험급여를 적용하면서 이를 사전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승인하는 허들을 만들어 놨다.
이 가운데 지난해 약 50건이 조금 넘는 의료기관의 aHUS 환자 솔리리스 급여 사전신청 중 5건만 승인되며 관련 의학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실제로 대한신장학회는 심평원에 급여기준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의료현장에서는 복지부가 마련한 급여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이를 맞춰서 신청하기에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심평원 심사 온도차가 전년과 비교해 사뭇 다르진 것이 감지된다.
작년 1년 동안이 승인된 건수를 올해 단 2개월 만에 채웠기 때문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aHUS 대상 사전승인 건수가 총 5건인 것이다.
이를 두고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다소 완화된 솔리리스 급여기준이 배경으로 보고 있다. 당시 복지부는 급여기준 개정을 통해 솔리리스 재투여 환자에 범위를 명확히 한 것.
구체적으로 솔리리스주 투여 이후 증상이 재발돼 재투여가 필요한 경우 사전신청서 제출 후 즉시 투여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발로 인한 재투여 환자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건에 '증상 호전'을 명시했다.
이전까지는 솔리리스 재투여 시 처음 투여를 받을 때처럼 심평원에 또 다시 사전신청을 받아 2주간의 심의 기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재투여 시 우선 투여 후 사후심사 받는 구조로 개선됐다.
대한신장학회 임원인 서울의 A대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난해 사전승인 신청률이 너무 낮았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급여기준 변화를 기점으로 심평원 심사도 변화가 감지된다. 다만, 올해 초 승인 건수만을 가지고 심사 잣대가 달라졌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신중한 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신중한 해석은 올해 3월까지 신규 등재 및 급여 범위 확대 의약품에 소요된 건강보험 재정이 3000억원을 육박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품목을 꼽는다면 노바티스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다.
복지부는 두 품목의 신규 등재와 급여 범위 확대로 인해 한 해 동안 각각 707억원, 1762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재정 부담이 큰 글로벌 제약사 품목이 신규 등재 및 급여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한층 늘어났다"며 "이 때문에 고가 약제의 급여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 고가 약제 대한 심평원의 심사, 평가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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