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HUS 신청 47건 중 단 3건만 겨우 통과…의료 현장 아우성 해외와 다른 급여기준 비판에 심평원 "기준 벗어날 재량권 없다"
#.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장내과 A교수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정형 요혈성 요독 증후군(aHUS) 환자 치료를 위해 솔리리스(에쿨리주맙)를 사전 승인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대동맥류를 인조혈관으로 대치하는 수술 중 혈소판이 떨어지고 신장이 좋지 않아지는 등 aHUS에 합당한 소견이었지만 표준 치료인 '혈장교환술' 전 관련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희귀질환인 aHUS 치료 시 투여되는 솔리리스를 둘러싸고 의사들의 급여 사전승인 신청이 연이어 거부되면서 판단기구인 심평원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평원이 설정한 보험 급여기준 문턱이 해외 선진국을 비교해서도 너무 높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는 솔리리스 사전승인율이 더 떨어지면서 급여로 본격 적용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는 '선치료 후심사'를 골자로 급여기준을 재설정하는 동시에 관련 진료심사위원회 개편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솔리리스 aHUS 치료 승인 올해 단 '3건'
13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30일까지 aHUS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솔리리스를 사전 신청한 건수는 총 47건이다. 이 중 단 3건만이 승인돼 올해 승인율은 6.4% 수준이다.
여기서 aHUS(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은 만성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보체의 활동으로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히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hrombotic Microangiopathy, TMA)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최대 79% 환자가 발병 후 3년 안에 영구적인 신장 손상이 발생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솔리리스가 근본적인 치료제로서 기대 받으며 2016년 aHUS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한 후 2018년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됐다.
다만, 치료제가 현재 바이알(vial)당 약 513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 터라 복지부와 심평원은 보험급여를 적용하면서 이를 사전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승인하는 허들을 만들어 놨었다.
이 가운데 올해 솔리리스 aHUS 사전 승인율이 한 자리로 떨어지면서 의료현장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참고로 지난해 솔리리스 aHUS 급여 사전 승인율은 23%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솔리리스 사전 승인이 거부된 환자 중 6명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심평원을 향한 불만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A대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최근 aHUS 환자에 솔리리스를 투여하기 위해 2건을 사전 승인 신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며 "최근 대동맥 수술을 하고 나서 갑작스럽게 혈소판이 떨어지고 신장이 좋지 않아져 검사를 해봤더니 aHUS 소견이 나왔지만 이에 따른 유전자 검사가 뒷받침 하지 못해 거부당한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보통 솔리리스를 사전 승인 신청하면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 2주간이 소요된다. aHUS 소견이 나오면 즉시 투여해야 하는데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있다"며 "이 경우 신장 조직검사를 했더니 조직 괴사가 일어나 결구 회복이 안 돼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사전승인 제도를 비판했다.
해외와 다른 '모두 만족' 급여기준에 '분통'
의료현장에서는 번번이 aHUS에 대한 솔리리스 사전 승인이 거부되는 원인을 두고서 급여기준 문제라고 지적한다.
aHUS 급여기준은 국내에서 aHUS에 대한 명확한 진단기준이 없던 시기인 2018년에 일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마련됐다.
급여기준을 보면 혈액 관련 기준이 해외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국내에서는 혈소판 수, 분열적혈구 수, 헤모글로빈, lactate dehydrogenase(LDH) 4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승인 받아 솔리리스를 투여할 수 있다.
반면, 호주나 캐나다 스위스는 이중 3개를 만족해도 된다. 특히 헤모글로빈 수치나 LDH 수치에 있어 해외는 정상 상한치 이상의 기준이면 인정되지만 국내에서는 통과되기 힘든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 국내 의료현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한신장학회는 aHUS 솔리리스 사전 승인제도에 대한 개선을 해달라며 의견서를 심평원에 제출했지만 제도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
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은 "수없이 심평원의 의견서를 제기했다. 사실 aHUS는 희귀질환일 뿐더러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사례도 존재해 치료에 서둘러야 한다"며 "하지만 심평원이 요구하는 급여기준을 만족하려면 사실상 힘들다. 그러다보니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존재하는데 최근에도 직접 경험을 했는데 의사로서는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은 병원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aHUS 여부를 확인하고 우선 치료한 후 보험당국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그 만큼 치료시기가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병이기에 aHUS를 가려낼 확실한 검사가 나오면 좋은데 아무리 빨라도 2주 이상 걸리는 상황에서 급여기준을 '모두 만족'하기란 어렵다"고 전했다.
여기에 신장학회는 솔리리스 사전 승인 심의를 진행하는 심평원 위원회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신장 투석과 이식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위원회 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 수가 극히 적다는 이유에서다.
신 이사장은 "최근 대부분의 aHUS 환자는 신장내과에서 발생하지만 현재 심평원 위원회 중 신장내과 의사는 극히 적다"며 "초창기에는 혈액내과 등에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다르다. 심의위원회에 신장내과 의사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적으로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미국처럼 선치료 한 뒤 보고 후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100만명 당 1명 정도 생기는 희귀질환이다. 유전질환이기에 분명 더 많은 인원이 해당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데 급여기준으로 인해 솔리리스로 실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극히 일부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전 승인제도 개선 고민하는 심평원
그렇다면 심평원은 어떤 입장일까.
일단 심평원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중심으로 신장학회 등의 의견 제시를 두고서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급여기준 개선의 경우 진료심사평가위원회뿐만 아니라 같은 심평원 내 약제관리실과 복지부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서 현재 솔리리스의 aHUS 급여기준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
심평원 위원회운영부 관계자는 "솔리리스 aHUS 사전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결과적으로 정해진 급여기준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진료심사평가위원회가 기준을 벗어나는 재량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해진 기준대로 심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리리스 aHUS에 대한 급여기준이 '모두 만족'해야 승인되는 것을 두고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실제로 엄격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급여기준이 애초부터 '모두 만족'해야 한다고 설정되다보니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사에 있어서도 재량권이 크지 않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가운데 심평원은 의료현장에서 솔리리스 뿐만 아니라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 등 사전 승인 대상 치료제에 대한 심사 문제점이 제시되면서 내년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사전 승인 제도만이 아니라 향후 고가 치료제의 사후평가 방안 마련이 그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전 승인 대상인 고가 치료제의 급여관리 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솔리리스뿐만 아니라 스핀라자도 마찬가지"라며 "내년 사전 승인 대상 치료제의 사후평가에도 역점을 둬서 실제로 환자 치료적용에 있어 어떤 영향을 줬는지 모니터링 방안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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