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국내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위험군까지 합하면 이제 1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당뇨병 환자 증가에 따른 문제 해결 접근은 한 발짝씩 느리다. 임상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약제와 치료기기 진료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국내 환자에 적용하기에는 보험 적용 등 걸림돌이 산적해 늦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동시에 대형병원 '중증질환' 진료 강화 정책 속 당뇨병은 경증질환 취급을 받으면서 병원 내에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올해부터 당뇨병학회를 이끌 게 된 백세현 회장(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과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임기동안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최근 당뇨병학회 백세현 회장과 원규장 이사장을 만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자기반성으로 시작, 정책 개선 이루겠다"
앞서 당뇨병학회는 관련 단체들과 함께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당뇨병 환자를 위한 10대 공약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규장 이사장이 맡아 회복불가 중증 당뇨병에 대한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같은 내용으로 국민의힘에는 백세현 회장이, 정의당에는 문준성 총무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가 나서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특히 해당 내용에는 최근 당뇨병 환자 진료에 있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과 인슐린 펌프 활용 관련 환자 교육상담 수가 신설 내용이 포함됐다.
다행스럽게도 보건복지부도 관련 내용을 파가해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백세현 회장은 "정책적인 문제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광범위해질수록 진료가 자유롭다"며 "당뇨병 환자를 1시간 동안 진료하는데 이에 따른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개선 이유를 주장했다.
그는 "암, 심장병 환자도 교육이 필요한데 치료의 일환으로 상담이 접목된 것은 당뇨병이 처음"이라며 "환자 교육의 개념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원규장 이사장은 그동안 학회가 정책개선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도 만성질환으로 '경증'으로 인식되는 당뇨병 인식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원규장 이사장은 "2형 당뇨병 중에서도 인슐린을 꼭 써야 하는 베타세포 부전을 가진 환자는 경증이 아니고 중증으로 분류해야 한다. 여러 번 호소도 했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과정에서 당뇨병이 경증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반드시 중증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문제도 있다. 교육‧상담수가와 함께 현재 1형 당뇨에만 지원이 가능한데 2형 당뇨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당뇨인 증가, 진료지침 변화 예고
그동안 당뇨병학회는 2년마다 진료지침을 개정해왔다.
원규장 이사장은 이 같은 국내 진료지침 개정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젊은 당뇨병 환자 증가에 따른 조치로 해석되는데, 당뇨병 전단계 및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원규장 이사장은 "미국당뇨병학회(ADA)가 당뇨병 선별검사 시작 나이를 35세로 확 낮췄다"며 "국내에서도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당뇨환자가 갑작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 30대 당뇨병 관리 중요성을 인식해 관련된 진료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지침 측면에서 ADA에서도 1년마다 개정하고 있다"며 "국내 학회는 2년마다 개정하지만 올해부터는 ADA처럼 변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일단 진료지침 수정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개정될 진료지침에는 CGM에서의 혈당 범위 내 시간(time to range, TIR) 개념도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연속혈당측정에서의 혈당 수치 조절 목표는 70~180mg/dL 내에 유지되고 있는 시간인 TIR이 70% 이상이 되도록 하고 있으며, 70mg/dL 미만 저혈당 시간은 5% 미만이 되도록 하고 있다.
원규장 이사장은 "ADA가 제안한 혈당 목표치가 당화혈색소(A1C) 7%지만 우리나라는 6.5%"라며 "이를 CGM TIR로 확인하면 혈당이 정상적인 범위 인지를 드라마틱하게 확인이 가능한 상황인데 다가올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그렇고 진료지침 상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백세현 회장은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는 국내에 해당 기기가 도입됐을 때 임상적 근거가 쌓여야 한다"며 "연속혈당측정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 10년 전부터 논의가 됐던 것인데 치료기기 발달로 이제야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급여기준이 젊은 의사들 임상교과서 될라"
당뇨병학회 두 임원진은 최근 진료 패러다임 속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약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항당뇨병제로 개발돼 심장약에 이어 신장약까지 쓰임새를 넓히고 있는 'SGLT-2 억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드러냈다.
백세현 회장은 "최근 SGLT-2 억제제를 두고서 심장과 신장 분야에서 소위 말해 겁 없이 쓸 수 있는 약으로 평가돼 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뇨제처럼 처방하는 것 같다"며 "약간 부정적인 걱정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 환자 처방 시 쇠약감 등 조심스러운 면이 공존하기 때문에 잘 구분해서 처방될 수 있도록 설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점차 수정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중한 평가는 지난 집행부에서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는 SGLT-2 억제제 병용급여 확대 논의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 크다고 털어놨다.
백세현 회장은 "공식적으로 정부가 제기하는 것은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을 같이 써서 더 좋다는 증거를 한국인 임상 데이터로 요구하는 것이라 쉽지 않은 문제"라며 "앞으로 노인 당뇨병 환자는 더욱 늘어날 텐데 쉽기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원규장 이사장 역시 "의사 입장에서 당연히 써야 하는 약제인데 제약을 받는 거라 사실 황당하다"며 "2년 내에는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희망을 갖고 임기 내에는 병용 급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두 임원진은 이 같은 약제 급여기준이 걸림돌이 작용하면서 최근 의사들 사이에서 급여기준이 마치 '임상교과서'로 작용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임상교과서와 급여기준 관계가 거꾸로 됐다는 지적이다.
백세현 회장은 "당뇨병 치료에 급여기준이 제한으로 작용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급여기준이 교과서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오해할 정도로 강화가 되고 있다. 심평원의 삭감 지침이 의사들의 교과서가 되는 이상한 체계가 됐다"고 비판했다.
원규장 이사장도 "사실 대학병원에서는 중증 당뇨환자 치료이기에 약제 관련 삭감 우려는 개원가와 비교한다면 덜하다"면서도 "하지만 개원가는 다르다. 반드시 개선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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