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간호법 제정이 주춤했지만 이를 폐기하기 위한 의료계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 차기 법안소위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 대한병원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마련한 간호법 수정안을 규탄했다. 특정 직역 보건의료단체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이들 단체의 단합을 막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간호법은 본질적으로 직역 간 갈등과 면허체계를 혼란을 부추겨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제정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위가 마련한 수정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료법의 내용대로 '진료의 보조'로 수정했고, 요양보호사와 조산사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또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에 준용하도록 바꾸고, 이들의 중앙회 설치 조항을 신설했다.
병의협은 "몇 가지 내용을 바꾼다고 해서 간호법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간호법이 통과되면, 정부나 국회가 간호법의 내용을 바꾸는 식으로 간호 직역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간호법 개정을 통해 지역 간호사제 등의 제도를 시행하는 등 오히려 일선 간호사들이 의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관측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의료법에 준용시킨 조치도 추후 개정을 통해 변경될 수 있다고 봤다.
간호법이 의료법에서 따로 분리되면 타 의료직역의 관심도와 발언권이 약해지고, 개정과정에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단독 개설권, 타 직역에 대한 지도권 등이 원안대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간호법 개정안과 관계없는 타 직역이 왜 왈가왈부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실질적으로 이를 막아내기가 어려워진다"며 "반면 간호법 개정안은 타 보건의료 직역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의료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간호사 권리 및 처우 개선방안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간호법 제5장에 나와 있는 법령은 간호사 직역에 대한 지원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간호사에 적정 범위를 넘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을 금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인권침해 금지 법령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법령들은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추후 직역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병의협은 "간호법은 근로기준법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을 만들었다"며 "이는 타 직역 근로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으로 타 보건의료 직역의 단독법 발의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건의료인 업무범위와 면허체계 혼란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우려다.
병의협은 국회에 간호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파업을 불사하는 범의료계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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