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국한된 인공신장실 의사 인력기준을 놓고 보건당국과 전문학회, 의료단체 간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인공신장실 가이드라인 이번 달 발표를 잠정 연기하고 의료현장을 반영한 의사 인력기준 탄력 적용 등 권고안 조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기준 권고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다.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기준 권고안은 감염 발생이 높은 인공신장실 감염 예방과 안전한 운영의 기준 부재를 지적한 2018년과 2021년 국정감사 후속조치이다.
인력기준은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두되, 그 자격은 심평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기준과 동일하게 하고,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수료해 혈액투석 의사의 자격을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심평원은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정의를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신장분야 분과 전문의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취득 후 분과전문의 시행 후 혈액투석 분야를 1년 이상 수련한 의사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으로서 분과전문의 시행 이전에 혈액투석 진료를 전문으로 시작한 후 그 경력이 연속해 3년을 경과한 의사 등으로 해석했다.
혈액투석 의사를 사실상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제한한 셈이다.
시설기준의 경우, 정수실과 간호사실, 간호사 스테이션, 세척실, 오물처리실, 환자 탈의실 등을 갖춰야 하고, 병상 1개당 면적은 최소 6m 이상이다.
감염환자 투석을 시행하는 경우, 인공신장실 또는 해당 의료기관 내 투석할 수 있는 1개 이상의 격리실을 운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단체는 무엇보다 의료인력 기준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의사협회는 특정 세부 전문의로 인력기준을 한정할 경우 투석환자의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지역별 전문의 수급과 환자 진료량을 고려해 유연한 인력기준 권고를 주문했다.
병원협회도 신장내과 분과 수련을 해야 투석전담 의사로 인정하는 것은 해당 환자의 투석진료를 제한할 우려가 높다며 인력기준과 시설기준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복지부는 당초 5월말까지 권고안을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운영 실태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을 거쳐 2~3년 후 의료법 시행규칙에 반영한다는 방침이었다.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의료단체와 관련 학회 추가 의견수렴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2018년 기준, 외래에서 혈액투석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총 783개소로 상급종합병원 42개소, 종합병원 221개소, 병원 85개소, 요양병원 55개소 및 의원급 380개소이다.
이중 신장내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은 75%이며 병원과 요양병원은 52.3%, 39.7%에 불과하다.
■중소병원, 코로나 사태 간과한 '탁상행정'…신장학회, 투석치료 질 관리 위해 '필요'
투석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소병원 병원장은 "코로나 재난 사태에서도 신장내과 전문의를 구하기 힘들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투석실 의사를 신장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제한하는 것은 의료현장을 간과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요양병원 병원장도 "투석 관련 연수교육을 받은 모든 의사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사와 간호사 인력난에 허덕이는 지방 병원 실정을 반영한 현실적인 방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장학회 등 투석 전문학회는 선진국과 같이 투석환자 치료와 질 관리를 위해 의사 자격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정책과 공무원은 "의료계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의료현장을 반영한 권고안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6월 이후에나 (조정된 권고안이)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분과 전문의로 국한할 경우 의사 채용과 수급이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를 감안해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 하겠다"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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