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지속되는 저출산 문제와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매출이 급성장하며 연매출 20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한 것.
31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성장호르몬 주사제 급여 확대를 기점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2020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만 하다.
국내에서도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소아'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급성장하는 기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이유로 한 동안 소아청소년의 병‧의원 방문이 급감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셈이다.
이 가운데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은 역시 LG화학이 주도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대표 품목인 유트로핀의 경우 2020년 554억원 매출을 거둔데 이어 2020년 711억원이라는 역대급 성적표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155억원) 대비 3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시장을 형성 중인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투' ▲머크 '싸이젠'·▲노보노디스크 '노디트로핀' 등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도 모두 두 자릿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기존 매출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 중단 여파를 겪으며 매출 추락을 경험했던 화이자 '지노트로핀'은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20년 113억원으로 매출이 추락한 이후 2021년 13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 42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분기(30억원) 대비 38% 나아진 결과를 얻은 것.
화이자 관계자는 "2020년 품절 이후 공급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어 현재 품절 이슈는 없다"며 "성장 호르몬 시장도 코로나 이후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출산율이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데 반해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라며 "보험 급여 확대의 영향도 있지만 워낙 비급여 시장이 큰 상황이다. 비급여 시장의 성장 속에서 계속 주사제 매출도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 성장 배경은?
임상 현장에서는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 성장을 두고서 개원가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의원급 '성장클리닉'에서 비급여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2차 병원급에서부터 3차 대형병원 위주로 주사제의 매출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
성조숙증 환자 치료 과정에서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도 함께 이뤄지는 만큼 대형병원 위주로 매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성장클리닉 교수는 "건강보험 매출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급여 시장 매출로 봐야한다"면서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개원가 시장에서는 사실 사입가나 세금 등의 문제로 인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처방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나마 대학병원이나 개인 2차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 등으로 함께 보기 때문에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2차 개인병원 위주의 성장클리닉이 늘어나면서 관련 주사제 시장 성장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다른 대학병원 소아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2차 병원급 일부 성장클리닉에서 양‧한방 협진을 위주로 하는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 주사제 시장 성장도 이들이 기여하고 있다"며 "이를 둘러싼 실효성 문제는 앞으로 검증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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