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입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다. 감기 대신 코로나19에 걸렸으니 그나마 변명 꺼리는 있다고 해야할까.
심상찮은 근육통에 검사를 받았다가 덜컥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경험은 지식에 우선한다. 2년 넘게 코로나19 관련 취재를 하면서 나름 전문가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앓은 경험은 죽은 지식보다 생생했다.
3차 유행이니 4차 유행이니 수 백, 수 천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때도 잘 피해다녔다. 개인 위생에 철저했다는 게 나름의 훈장.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무심코 잡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혀를 찼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무지의 소치'거나 '개인의 무책임'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막상 감염되고 나서야 이전과 다른 지점들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염의 경로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전과 다른 일탈(?)을 한 것도 아니다. 습관처럼 손을 씻었고 마스크 착용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감염자들을 쉽사리 손가락질 할 수 없다는 게 첫번째 교훈, 적어도 감염자는 피해자라는 쪽에 공감 능력이 생겼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과 함께 진화하면서 감기와 같은 경한 증상만 일으킨다. 2019년 말 태동한 COVID19는 동물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막상 걸려본 코로나의 인상은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디어에서 실체보다 위험을 과장할 필요도, 위험을 축소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그간 죽을 병이나 되는 것처럼 코로나의 위험성을 과장하진 않았는지 반추하는 기회가 됐다.
격리 역시 다른 의미로 다가 왔다. 고작 일주일 격리에 그쳤지만 외출이 금지된다는 것은 생활 패턴, 아니 감정의 변화를 초래했다. 재택근무를 촉구하는 회사의 부족한 인본주의가 야속하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실제 감금된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격리는 재충전의 시간일 수 있지만 외근이 불가피한 일용직에게 격리는 어쩌면 생활의 중단을 의미할 수 있다. 금지 행동 양식만 나열하는 격리 엄포보다는 격리자의 생활 및 감정을 고려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개인 사례를 인용한 것은 개인의 경험이 집단의 경험 및 집단지성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항체 양성률 조사에서 1~4월까지 항체 양성률은 94.9%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걸릴 사람들은 다 걸렸고, 대다수가 감염의 경험을 공유하는 만큼 이는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4차 부스터샷 접종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지식인 주도'의 일방적인 접근으로는 이전과 같은 방역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국민들의 방역 협조는 일종의 자원이다. 자원이 착취되고 고갈되지 않는 유려한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 경험은 지식에 우선한다. 윽박지르기 식으로 방역 정책을 설정해봤자 "코로나 별거 아니던데"라는 확진자들의 경험담 혹은 무용담 앞에 무엇을 들이밀 수 있을 것인가.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한 공포 방역은 더 이상 약발이 받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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