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노인복지와 통합돌봄, 그리고 완화의료.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민해야 할 현안이고 실제로 관련 정책들도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석승한 대한노인신경의학회장(원광의대 산본병원)은 각종 정책이 분절적이라며 이렇게 가면 정책이 있더라도 10년이나 20년 뒤에는 우리사회가 고령화로 인한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석 회장은 신경과 의사로 치매와 뇌졸중 환자를 위한 공공노인전문병화 설립 및 국가치매정책 수립에 역할을 했다. 대한치매학회장을 역임했고, 노인신경의학회장을 비롯해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이사장, 대한신경과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노인신경의학 권위자로 꼽힌다.
석 회장은 "2030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은 90세가 넘을 것"이라며 "노인의료는 복지와 자전거 앞뒤 바퀴처럼 연동돼 있다. 이 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서는 돌봄, 예방 및 조기발견, 완화의료 관련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회장은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7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엄청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덩달아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 발생 빈도도 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질병부담이 가장 높은 질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고, 빨리 발견해 적절하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석 회장은 "신경계 질환은 세계적으로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질병부담이 매우 높다"라며 "노인신경학은 신경과학의 세부 전문분야로 노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급성 및 만성 신경계 질환을 진단과 치료하는 학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노인 신경계 질환의 예방, 진단 그리고 치료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임상 데이터 축적과 연구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신경계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를 위해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노인신경의학회지(Journal of Geriatric Neurology)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도 전공의 수련 교육 과정에 기초적인 노인의학 및 노인신경학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노인 환자를 효율적으로 돌보기 위한 다학제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석 회장은 "전공의 수련교육 프로그램에 기초적인 노인의학 및 노인신경학에 대한 체계적 커리큘럼을 마련해 신경과 의사의 노인의료 전문가로서 역량을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신경계 질환이 있는 노인 환자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돌보기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약사, 영양사 등 훈련된 다학제 전문가가 팀으로 활동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합돌봄 필수 요소 인력, 케어매니저 시스템 도입해야
석 회장은 "노인의료는 의료적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이 더 큰 문제"라며 "재정과 정서적 지원이 통합적으로, 세심하게, 맞춤형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부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일명 커뮤니티 케어를 선도사업 형태로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으로 16개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
석 회장은 돌봄 제공자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현재 돌봄 제공자는 주로 가족인데 가족돌봄의 70~80%가 여성"이라며 "부모 또는 조부모에게 병이 생겨서 젊은 사람이 돌보는 상황도 늘고 있다"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청년의 이야기가 사회적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석 회장은 "우리나라서 돌봄을 제공하는 인력은 요양보호사, 간병인이 있는데 모두 질적으로 담보되지 않았다. 간병인은 자격증조차도 없다"라며 "돌봄을 제공하는 인력을 일정 수준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정상 직업군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상이 27만병상 정도 되는데 1명이 노인 환자 5명을 돌본다고 가정했을 때 5만명 이상의 돌봄 제공자가 있어야 하고, 3교대를 감안하면 20만명 이상의 돌봄제공자가 필요하다"라며 "바꿔 말하면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개호복지사(care arange manager)'를 예로 들었다.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일상생활을 누리는 것에 지장이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는 "간호조무사, 2급 사회복지사 등이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실습까지 거치면 전문요양보호사 자격을 주고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분류하는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며 "케어매니저 시스템을 만들어 이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정적 부담이 예상되지만 충분히 투자할 만한다"라며 "요양병상은 줄이고 돌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묵은 과제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기능 재정립도 따라야 할 문제라고 봤다. 이 문제 역시 의료계를 비롯해 국회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뚜렷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석 회장은 "요양시설과 병원을 연동하도록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라며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 등급제를 정리하고 요양시설 입소비용도 단일 등급으로 하면 중증 환자는 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 의료계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노인신경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열악하다"라며 "사회적 돌봄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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