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성 물질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진행중인 필립스가 사태 해결도 되기 전에 또 다시 리콜 명령을 받으면서 연이은 악재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리콜 지연 등에 따른 집단 소송 등의 문제로 글로벌 CEO가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이러한 악재가 또 다시 터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3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필립스의 이중 양압기 일부 모델에 대해 오염 문제를 이유로 리콜 명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리콜의 대상은 필립스가 제조하는 BiPAP 형태의 이중 양압기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을 방출하는 오염된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이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경우 흡입시 두통과 현기증, 구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문제가된 제품이 모터를 이용한 흡입을 유도하는 양압기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FDA는 판단했다.
FDA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의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1700여대가 판매된 상태다.
필립스는 이미 지난해 사상 초유의 대규모 리콜 명령을 받아 아직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시 이어진 이번 리콜 명령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FDA는 필립스의 양압기와 인공호흡기에서 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점을 들어 지난해 7월 필립스에 전량 리콜을 명령한 바 있다.
리콜 등급은 1등급으로 사실상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리콜이 결정된 필립스 양압기로 인한 사망 보고는 8월 현재 총 168명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1년이 지난 아직까지 이 리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리콜 대상이 되는 양압기와 인공호흡기는 총 550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필립스의 발표에 따르면 8월 기준 지금까지 리콜을 위해 생산한 기기는 330만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 출하된 물량은 160만대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필립스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성명을 내고 2023년까지 교체 작업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며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민심은 냉랭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이번 리콜 사태와 관련해 집단 소송만 300여건이 진행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또한 집단 소송 외에도 개인적 소송만 6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단순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넘어 필립스가 이러한 독성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겨왔으며 리콜 명령 이후에도 조속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결국 필립스의 프란스 반 하우턴 최고 경영자(CEO)는 결국 이달 중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다. 불과 1년 만에 주가 등 회사 가치가 30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이 떨어진 것에 대한 책임론이다.
이처럼 연이은 악재로 필립스가 흔들리면서 국내 영업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현재 양압기를 취급하는 대리점 등에서는 즉각적으로 리콜 물량들을 타 제품으로 변경하는 한편 필립스 제품에 대해서는 영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압기가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장기 대여 개념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타 제품으로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A양압기 렌탈 기업 대표는 "일부 자가 구입한 환자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리콜 물량을 기다렸지만 상당수 대여 고객들은 이미 필립스 제품을 타사 제품으로 교체한지 오래"라며 "환자들 사이에서도 정보 교류 등이 빠른 만큼 판매와 대여 모두 교체가 끝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회사 입장에서도 굳이 논란이 많은 제품을 고객들에게 권유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대체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점유율이나 품질, 사용편의성 등에서 더 좋은 제품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필립스코리아는 관련 법령과 식약처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리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 부분 진척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 리콜 대상 양압기는 약 2만 4천여대로 글로벌 본사로부터 리콜을 위한 수리키트를 받아 약 89%에 달하는 양압기를 수거해 교체를 진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 출장이나 연락처나 거주지 변경 등으로 아직까지 회수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신속한 리콜 조치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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