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뒷편으로 지상 7층, 지하 5층 규모의 중입자치료센터가 위용을 드러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보니 중입자치료기 특성상 단단한 외벽이 둘러싸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건물 외벽은 통유리 창으로 개방감을 살려 병원 건물이라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에 위치한 중입자치료의 핵심인 갠트리 장비는 길이 8미터에 200톤으로 시선을 압도할 만큼 컸다.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로 돌려주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 여기까지는 엔지니어만 출입하는 곳으로 중입자를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인 셈이다.
환자 치료실은 고정형 치료실과 이동형 치료실로 나뉘는데 이동형 치료실은 마치 기존 MRI의 원통형으로 방을 만들어 놓은 듯한 모형이었다.
연세의료원 윤동섭 의료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입자치료센터 추진 상황과 더불어 향후 계획을 밝히고 중입자센터 현장투어를 진행했다.
윤 의료원장은 "내년(2023년) 3월 첫 치료 시작을 목표로 차질없이 계획을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내달부터 진료 예약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중입자치료기는 국내 최초, 세계 16번째 도입하는 암 치료기로 의료장비 비용만 1500억원에 센터 건축 및 설비에 15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
그는 "의료원 차원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중증 난치성질환 극복을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중입자치료를 위해 해외 원전을 떠난 경우 소요 비용은 약 1억~2억원. 암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국내 환자들에게 국내에서도 더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연세의료원의 목표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 중입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의료원 내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개로 총 3대.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도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
치료횟수는 평균 12회. 이는 엑스선,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으로 효과 이외에도 환자 편의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치료 직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없어 즉시 귀가가 가능하다.
연세의료원이 잠정적으로 계획 중인 1일 최대 환자 수는 50여명. 장비는 총 3대이지만 1번에 1개의 치료실에만 중입자를 조사할 수 있어 횟수가 제한적이다.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과장)은 "중입자 조사 시간은 짧지만 환자 준비과정에서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에 1시간에 2명의 환자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세암병원 김용배 부원장에 따르면 중입자치료는 외과적 수술로는 접근이 어려운 두경부암, 췌장암, 직장암 등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다. 일단 1개 치료실을 열고 6개월 간격으로 확대해 2024년 3개 치료실을 모두 운영할 계획을 잡고 있다.
췌장암의 경우 혈관을 감싸고 있는 종양의 경우 수술 자체가 어려워 치료를 포기해야 했지만 중입자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김 부원장은 "중입자치료는 모든 고형암에 적용 가능하지만 일본이 지난 3년간 치료한 성과를 볼 때 전립선암에 특히 효과를 증명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입자 치료에 대한 경험이 없어 일본과의 mou체결을 통해 의사는 물론 방사선사 등 의료진들이 노하우 습득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이르면 10월부터 환자치료를 위해 정밀도를 끌어올려 내년 3월부터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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