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고혈압 진단 기준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2017년부터 고혈압 기준을 140/90 mmHg로 130/80 mmHg로 낮춘 데 이어 유럽은 올해 폐고혈압 진단 기준을 25 mmHg에서 20 mmHg로 낮췄다.
이상 징후가 있는 환자를 선별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 개선 및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으로 국내에서의 지침 반영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5년만에 폐동맥고혈압 진료 지침을 개정하고 13일 유럽심장학회지를 통해 전문을 게재했다.
폐고혈압(PH)의 한 종류인 폐동맥고혈압(PAH)은 폐혈관의 저항성이 증가돼 폐동맥압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국내 질환자의 3년 생존율이 절반(54.3%)에 불과한 상황이다.
조기 진단을 통한 초기 병용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일본, 미국 등에서의 생존율이 82.9%, 73%에 달해 초기 집중적인 치료의 당위성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
ESC의 지침 개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평균 폐동맥압(mPAP) 25 mmHg로 설정된 폐고혈압 진단 기준을 20 mmHg로 낮춰 위험군을 미리 선별할 수 있게 했다는 점.
ESC는 PH의 혈역학적 정의를 mPAP > 20 mmHg로 개정하고 PAH의 정의는 PVR(폐혈관저항) > 2 WU(Wood Unit) 및 PAWP(폐동맥쐐기압) ≤ 15 mmHg로 규정했다.
이번 개정은 기준치가 평균 압력인 20 mmHg 이상에서 이미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반영된 결과다. 폐동맥압의 증가는 우심에서의 부하 증가 및 조기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것.
ESC는 "이러한 개정은 정상 범위의 한계치를 더 잘 반영한다"며 "다만 폐혈관질환 및 mPAP 21~24 mmHg 및/또는 PVR 2~3 WU 환자에서 PAH 요법의 효과가 아직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새로운 치료 권장 사항은 아니"라고 제한했다.
이어 PH 진단 알고리즘을 1차 의료진의 의심, 2차 심장초음파 진단, 3차 PH 센터에서의 확진까지 3단계로 단순화해, 의심 환자의 경우 곧바로 이송조치 할 수 있도록 했다.
위험군 분류 평가는 저중고 위험군의 3계층을 저, 중저, 중고, 고위험군의 4계층으로 세분화했다.
현재 국내 PH 기준은 mPAP 25 mmHg로 설정돼 있다.
이와 관련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폐고혈압연구회 정책이사)는 "ESC의 PH 지침 개정은 임상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며 "조기에 선별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선행 연구에서 혈압과 예후적인 상관성을 살폈을 때 정상 폐고혈압은 20 mmHg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초과하는 압력은 이상 징후로 본 것"이라며 "사망률 등 예후를 반영해 고혈압 진단 기준이 140/90에서 130/80 mmHg로 낮아진 것처럼 조기 진단, 조기 개입은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3 WU 이상 폐혈관저항을 이상 소견으로 봤지만 요즘은 2 WU 이상으로 강화했다"며 "이 역시 2 WU만 돼도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뒷받침된 것으로 국내에서도 최신 연구의 반영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보험 기준 및 상용화된 약제들은 25 mmHg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박 교수는 "다만 기존 약제들은 폐고혈압 25 mmHg로 설정해 임상을 진행, 변화를 살폈기 때문에 20 mmHg에 투약해도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당장 국내에서 진단 기준을 강화해도 투약할 약제는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바뀐 기준에 맞춰 약제를 조기 투약했을 때 임상에 미치는 변화가 축적된다면 국내에서도 이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 기준 개정에는 공급자와 보험자의 의견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문 학회간 의견 교환 및 건강보험심평원을 설득할 근거 창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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