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게 만든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그 중심에는 '신경외과' 의사가 있다. 그 중에서도 '뇌혈관' 수순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로 범위는 좁혀진다.
뇌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이들을 하나로도 모으는 단체인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이 바뀌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권정택 교수가 그 주인공.
2년 전 2명의 경쟁자를 뒤로하고 당선된 권정택 신임 이사장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권 이사장은 2년의 임기 동안 정부에는 '필수의료'로서 신경외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내부적으로는 회관 건립사업을 보다 구체화 할 예정이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뇌 파트는 필수의료이지만 인력이 없는 상황인 만큼 전공의 증원과 수가 인상 등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 이사장은 "3대 사망원인이 암, 심뇌혈관질환, 교통사고인데 이 세 개를 모두 하는 진료과가 신경외과"라며 "그럼에도 전공의 지원율이 100%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필수의료 논의에서는 제외돼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라며 "정원 100%를 채웠더라도 그 중 10%는 수련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고 60~70%는 척추를 전공한다. 신경외과에서도 뇌혈관, 뇌종양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드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전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신경외과는 87명 정원에 105명이 지원하면서 경쟁이 발생한 것. 실상은 지원자 중 10% 이상은 중도 포기를 하고, 60~70%는 척추를 지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신경외과 전공의 이탈률은 12.7%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는 "현재 수련병원이 80여개가 되는데 빅5 병원 등 7개를 제외한 수련병원은 모두 전공의 정원이 한 명이다. 연차별로 총 4명의 전공의만 있는 셈"이라며 "24시간 의사가 상주해야 하고 주말에도 당직이 필요하며, 전공의법에서 정하고 있는 주80시간도 지키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스태프만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연차별로 2명씩은 있어야 당직이 돌아간다"라며 "이게 안된다면 4년 차까지 인원이 적어도 6명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정원을 현재보다 20~30명 더 늘리고, 뇌 파트를 집중 수련할 수 있도록 학회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수련 과정에서 척추 파트로 가는 것은 학회 차원에서 책임지고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권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는 서약서 등을 통해 뇌 파트를 집중 수련하겠다는 보장을 받고 수련을 시작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수련 과정에도 뇌 수술 경험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하는 방안도 있다"고 방안을 말했다.
이어 "현재도 전문의 자격 평가를 할 때 뇌 수술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가 하면 수련병원 실태조사에서도 뇌 수술 건수 등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갖고 있다"라며 "정부는 전공의들의 뇌 파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턱없이 낮은 수가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턱없이 낮은 수가 인상도 정부를 설득하고 나아가 타 진료과, 국민까지 설득해야 하는 과제다.
과거 한 연예인이 미국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고 약 5억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냈지만, 우리나라에서 같은 수술을 받았다면 2000만~3000만원의 저수가라는 웃픈(웃기면서 슬프다) 이야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권 이사장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인상, 수가 인상 재정 순증 등의 담론까지 꺼내며 수가 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수준은 같은데 수가는 일본의 20%밖에 안된다"라며 "유럽이나 미국은 국민 의료비 부담이 13~14%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이지만 건강보험료를 8% 이상 못 내게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과계도 수술이 다양한데 단순히 수술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비교할 게 아니라 시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라며 "대신 수가 인상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시간이 아니라 순증을 해야 한다. 수가 제도도 대수술을 한다고 생각하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적으로 '필수의료'로서 신경외과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면 내부적으로는 '회관 건립' 사업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
신경외과학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신경외과 100년을 향한 4대 솔루션을 제시하며 학회 회원이 참여하는 모금 캠페인에 돌입했다. 목표 모금액은 70억원으로 추후 신경외과학회 회관 건립에 사용할 예정이다.
4대 솔루션에는 인재 양성과 교육을 위한 국제연구교육센터 설립이 들어있는데 해당 센터도 회관 건립의 일환이다.
권 이사장은 "60년 전 미국 군의관에게 수술에 대한 전수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도움을 기억해 현재 네팔, 동남아 등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의사들에게 신경외과 수술을 교육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 것"이라며 "현재는 서울 시내에서 센터 건립을 위해 필요한 부지부터 찾는 게 내부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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