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아산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근무 중 발생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직후 어떻게 대형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냐며 사회적 비난이 일파만파가 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TF를 만들고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복지부는 현장조사 결과 위법은 없으나 수술의사의 부재원인, 전원과정 등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했다. 기대에 미치는 결론은 아니다. 사실 가장 궁금한 점은 사망 당일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했다면, 간호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느냐는 것인데, 그에 대한 대답은 찾지 못했다. 지주막하 출혈은 사망률이 높고 후유증도 심각하다. 갑작스러운 출혈로 뇌압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출혈부위와 출혈량에 따라 예후가 많이 다르다. 따라서 아산병원을 비난하려면 최소한 이에 대한 사실확인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간호협회,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신경외과 교수들의 문제제기로 대책이 논의 중이다. 현재는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신경외과 의사의 양성과 배치가 논란의 중심이다. 국회토론회에서 한 신경외과 교수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숙련된 인력은 전국에 133명이 있다고 한다. 이 숫자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뇌출혈 응급상황에 대응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권역심뇌혈관센터 정원에 신경과는 세 명이고 신경외과는 1명이라, 신경외과 한 명은 1년 365일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야간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외과계의 경우 1명이 365일 당직을 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133명은 모자란 것일까? 1년에 뇌출혈환자는 몇 명이나 발생하고 몇 명이나 수술을 받는 지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데 정확한 통계는 없어 보인다. 2018년 뇌졸중학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뇌졸중 중에 뇌내출혈은 14.5%, 지주막하 출혈은 8.9%를 차지한다. 둘을 합하면 23.4%정도다. KOSIS에 따르면 2020년 뇌졸중 환자수는 11만 3천명 정도다. 23.4%를 곱하면 2020년에 뇌출혈 환자수는 26,500명 정도다. 이 중에서 절반 정도가 수술적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13,250명 정도이니 단순계산으로는 숙련된 신경외과 의사 133명이 1년에 100례, 한 달에 8-9명의 환자를 수술하는 꼴이다. 못 할만 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을 많다 적다로 판단하긴 어렵다. 환자가 매일 똑같이 오는 것도 아니고 지역차이도 있고 수술 난이도 차이도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환자가 두 번의 수술을 받기도 하니 이런 단순 계산으로는 정책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예측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환자수와 수술 수를 기관별로 파악해 봐야 대안도 마련할 수 있다. 정책개선을 위한 기본 중에 기본이다. 정확한 현황이 파악되면, 그 다음은 효율성을 고려한 대안마련이다. 발생량을 고려하면 모든 신경외과 수련병원에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의사를 세 명 이상씩 배치할 수는 없다. 충분한 인력을 가진 거점센터를 지정해야 하고, 그 곳으로 환자를 모아서 진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제는 교수와 전공의들에 대한 근무지 규제다. 자기 병원에서만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거점센터로 환자가 쏠린다면. 그 외 병원의 교수와 전공의는 뇌출혈 환자 진료 경험을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소속이 다르더라도 거점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이래야 수련병원들을 고사시키지 않을 수 있고, 각 대학의 교수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낮은 수가는 외과계의 공통된 문제다. 한두가지 수술료 인상으로 외과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긴 어렵다. 정확한 수요예측과 필요인력의 예측, 그에 기반한 효율적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한다.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해야 한다. 관련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교수들 관련 규제는 교육부와 협의가 불가피하다. 이런 규제 개선 이후에 정부지원을 해야만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 논의가 뇌출혈 응급수술 수가 몇 푼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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