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5개 의약단체가 연대했다.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로 개인건강정보 상업적으로 유출되고 이로 인해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23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영리화 정책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건강관리서비스 제도 관련 충분한 사회적 논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 성명문을 통해 보건의료제도는 경제적·상업적 관점이 아닌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결과의 유효성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강관리서비스 제도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결여된 의료영리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자의 일상 속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를 목적으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하지만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는 2008년 당시 ▲개인건강정보의 상업적 유출 ▲서비스의 상품화·고급화로 인한 건강 불평등 심화 우려 ▲의료 영리화 등을 이유로 의료계 및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유지와 질병예방 및 악화방지를 위해 제공되는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등이다"라며 "이는 의료행위와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제공되는 서비스로 의료와 비의료라는 영역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의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명목 하에 비의료인의 무면허의료행위가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의약품의 성분·효능효과·부작용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약품의 이름·조제일자·수량·복약시간 등을 앱에 입력해 알람 등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약사의 전문성에 기반해 이뤄지는 복약지도 영역으로 의약품 투약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
이들 단체는 "정부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인의 판단·지도·감독·의뢰 범위 내에서의 보조적 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건강군이나 위험군이 아닌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까지 포함돼 있어, 무면허의료행위는 물론이고 만성질환자의 건강과 안전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업법 개정에도 심도 깊은 논의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을 패싱하고 개인의료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건강보험 관련 개인건강정보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정황이 드러난 것을 강조했다. 민간보험사들은 노골적으로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을 위해 심평원 건강정보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국회를 향해 1군(만성질환관리형) 건강관리서비스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또 2군(생활습관개선형), 3군(건강정보제공형) 건강관리서비스에서 무면허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의약품 성분·효능·효과·부작용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1~3군에 대한 인증제를 폐지하고 ▲무면허의료행위 등 허용범위를 벗어난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인이나 의료행위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 ▲의료기관에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환자유인행위 등을 방지한 엄격한 관리·감독 기준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명분으로 보건의료서비스의 왜곡과 상업화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현재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 조제약 배송, 비대면 진료 중계 플랫폼 문제를 더욱 더 악화 시킬 것이 자명하므로 전문가와 함께 객관적인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국회 및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경우 사전에 반드시 의약계 전문가단체와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야한다"며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에 공급자인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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