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으로 응급수술 체계의 작동 미비, 의료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형 응급수술전담팀(Acute Care Surgery, ACS) 시스템 도입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응급수술과 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ACS를 도입, 최근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비슷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정책연구에서는 ACS 전담부서와 수술보조인력이 융합한 형태의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24일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한국보건의료원은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개최하고 외과적 응급 상황에서 적기에 수술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최근 수술을 받지 못한 아산병원 간호사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수가, 필수 응급 인력, 진료 환경 등 다방면에 걸쳐 응급의료 체계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홍석경 정책연구 책임연구원(서울아산병원 외상외과)은 국내외 외과응급의료체계 및 응급수술전담팀 제도의 종합적 분석과 평가를 통해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모델을 제시했다.
2000년대 초부터 미국과 유럽은 응급수술과 외상환자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분과로 ACS라는 개념을 논의, 도입한 바 있다.
특히 ACS 시스템을 적용한 지 10여년이 넘어가면서 각 나라 별로 도입 전후 합병증, 수술까지 시간 소요, 입원 비용 등 재정 소모, 사망률과 같은 전반적인 변화를 고찰한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홍 연구원은 "해외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응급 시스템 작동 불능, 의료인력 부족 등을 앞서 경험했다"며 "이에 미국, 유럽 등 여러나라에서 외상, 응급수술을 전담하는 ACS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외과계 응급의료제도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제도 구성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했다"며 "선진국에서 실제 ACS 도입 후 임상 결과 및 재정 효과를 분석해 한국에 적용 시 예상되는 효율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홍 연구원은 선진국 ACS 도입 성과 분석을 위해 총 2만 4864편의 논문에서 39편을 최종 선정했다.
분석 결과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의 소요시간 관련 연구는 총 19편으로 도입 전 대비 도입 후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18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시간 외에 시행된 수술 비율은 평균 28% 감소했고, 합병증 발생 비율은 29% 감소, 입원 기간 내 사뭉률은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연구원은 "퇴원 30일 내 재입원율은 평균 10% 감소하고, 입원기간은 0.55일 감소하는 등 ACS의 효용이 관찰됐다"며 "빠른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수술실까지의 소요시간 단축과 입원 기간, 합병증까지 개선된 임상 경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ACS 운영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영남대병원의 성과 분석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관찰됐다.
ACS 도입 전후 응급실 내원 시점부터 응급수술 시작까지 걸린 시간은 516±414분에서 449±350분으로, 수술 시간 역시 140±66분에서 133±66분으로 감소했고 응급실 내원 시점부터 외과 입원 결정까지 걸린 시간이나 합병증도 줄었다.
홍 연구원은 "ACS 종사자에 대한 인식도 분석에선 응급실 전담 근무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응급수술 전담의사도 24시간 상시 대기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응급수술을 전담하는 외과의사로 구성된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실 전담근무 중 정규 업무는 배제해야 한다"며 "수가 제도 전반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선 수술 난이도,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가산하고, 응급진료와 응급수술,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새 수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국내외 연구 및 인식도 설문을 바탕으로 세 가지 한국형 모델을 제시했다.
첫번째 모델은 6명의 외과응급전담의로 구성된 ACS 전담부서와 수술보조인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시설은 응급수술실/중환자실/일반병실, 장비는 ACS 전담 사무실/당직실로 구성된다.
두번째 모델은 ACS 전담부서에서 외과응급전담의를 최소 3인 이상으로 구성했고 나머지는 첫번째 모델과 같다.
세번째 모델은 외과응급전담의 대신 외과응급당직의사로 대체했다.
홍 연구원은 "외과응급전담의는 ACS팀에 소속돼 외과응급환자 진료 및 수술을 전담한다"며 "외과응급당직의는 평상시 정규업무를 하지만 외과응급당직 시 정규업무 대신 응급실 업무에 몰입하며 야간 혹은 주말 외과응급당직 근무 후 24시간 휴식을 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CS 도입 시 외과 응급수술은 건수가 적어 행위별 수가로 보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따라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가변 비용을 별도로 보상하는 1안, 진료에 필요한 의료행위를 기존처럼 수행하고 적자가 발생한 경우 평가를 통해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사후보상을 2안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3안으로는 행위별 수가에 인건비를 따로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며 "다만 인건비 지원을 건강보험재정에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재원 조달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은영 보건복지부 과장은 "응급의료체계의 인력 부족, 전공의 부족, 수술방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공감한다"며 "정부는 권역 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와 같은 별도의 지정 체계를 갖췄는데 저변이 많이 바뀌어 이런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ACS팀이 지정되고 투자가 이뤄지면 다른 의료인력의 업무 부하가 줄어들 순 있지만 충분한 전담 인력 확보라는 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지 고민이 있다"며 "지역내 순환 당직 주장도 그래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ACS 제도에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료자원, 인력이 흩어져 있어서 한명이 계속 전담하는 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ACS 지정, 접근성, 구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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