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분야 치료와 관련해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치료제 선택과 관련해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표적치료제의 경우 환자별로 필요한 약제가 다른 상황에서 접근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과 관련해 가이드라인 개정 등 치료와 관련해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유렵백혈병네트워크(ELN) 가이드라인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새롭게 업데이트가 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분류법도 올해 5판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또한 신약의 등장으로 임상현장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도 큰 변화 중 하나다.
특히, 치료 후 환자에게 암세포가 남아 있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인 미세잔존질환(MRD, minimal residual disease)이 적용되면서 이전에 혈액암에서 좋은 예후군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식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MRD 확인을 통해 치료를 종료하지 않고 이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가이드라인에 카테고리 1, 2로 반드시 치료에 포함돼야 한다고 분류돼 있는 약제가 허가돼도, 보험 급여가 계속 되지 않으면 가이드라인을 따라가고 싶어도 제한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
대한혈액학회 급성골수성백혈병/골수형성이상증후군 연구회 위원장인 연세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급여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해 발생하는 AML 환자는 약 2000명 정도로 AML은 혈액 내 비정상적인 종양세포인 미성숙백혈구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정상 혈액(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감소함으로써 발생한다.
AML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정상적인 조혈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관해유도요법이 가장 먼저 시행되고 있다. 이후 관해에 도달한 후에는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공고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 등을 진행하게 된다.
정 교수는 "표준 항암요법은 안트라사이클린과 시타라빈 두 가지 항암제로 진행하는 요법으로 각각의 투여 일수에 따라 7+3 요법 혹은 3+7 요법으로 불린다"며 "70년대 초에 등장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다른 항암제로 관해 유도를 시도해 봤으나, 그만큼 효과 있는 약제가 없었고 신약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가령 2000년대 초 림프종에서 표적치료제인 리툭시맙이 등장하고 다발골수종에서 신약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AML에서는 2017년부터 신약의 등장에도 치료의 근간은 7+3요법에 머물러 있다는 것.
정 교수는 "7+3 요법만으로 관해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또는 관해 후의 이식 성적을 높일 때 특정 약제가 도움 된다는 부분을 인정받아 허가되면, 기존의 7+3 요법에 새로 승인된 약제가 더해지는 요법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옵션이 부족한 AML 치료에서 지난해 11월 마일로탁(성분명 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이 허가를 받아 임상현장의 선택지를 늘린 상황이다.
그는 "마일로탁이 표적하는 CD33 항원이 골수 세포에 많기 때문에 처음 약제가 등장했을 때 기대감이 높았다"며 "2000년대 초 부작용 우려로 허가를 자진철회했지만 이후 용량을 적게 투약하고 스케줄이 변경되는 연구를 거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혈액암 치료 의료진으로서는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일로탁의 ALFA-0701 임상을 살펴보면 무사건생존기간(EFS) 중앙값은 마일로탁과 7+3 항암화학요법(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 병용 투여군에서 17.3개월로, 7+3 항암화학요법(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 투여군의 9.5개월보다 유의한 연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마일로탁과 7+3 항암화학요법 병용 투여군이 7+3항암화학요법 투여군 대비 관해 유도실패, 재발 및 사망 등 사건 위험을 약 4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AML은 크게 ▲좋은 예후 환자군 ▲중간예후 환자군 ▲고위험 환자군 총 3개 위험군으로 구분하는데 마일로탁은 이중 좋은 예후 환자군과 중간예후 환자군에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강점이 중요한 이유는 좋은 예후군의 경우 이식 없이 항암 치료만으로도 치료 성적이 잘 나와 이식을 원하지 않는데 치료 옵션에 마일로탁이 추가되면 이식을 하지 않고도 재발을 피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예상이다.
"혈액암 급여 기준 고형암과 다른 접근 필요해"
다만, 마일로탁은 지난 5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급여권 진입은 아직 요원한 상태.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혈액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다르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암질심에서 고형암과 혈액암 약제를 모두 평가하는데 고형암은 총 생존율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기대하지만 혈액암은 재발, 사망, 관해 실패를 포함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인 무사건 생존율이 중요하다"며 "마일로탁 연구는 치료를 받은 후 이식을 허용하는 임상 연구로 예후가 좋은 환자만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효과를 확인했음에도 급여에 떨어져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는 총 생존율을 연장하는 약제뿐만 아니라, 특정 사건이 생기지 않게 하는 약제 또한 큰 의미가 있다는 것.
정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반드시 치료에 포함돼야 한다고 분류돼 있는 치료제가 허가돼도 급여가 되지 않으면 가이드라인을 따라가고 싶어도 제한이 있다"며 "AML치료에서 MRD와 약제가 큰 변화로 이 부분이 환자들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어야 외부 가이드라인대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AML이 치료 기간도 길고 이식이라는 겁이 나는 치료가 계획돼 있다 보니 시작조차 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며 "이식, 골수, 백혈병이라는 용어가 고형암보다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치료할 용기를 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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