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간호법 제정 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선포하는 등 간호법 사태로 직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3일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및 총력투쟁 선포식을 개최했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이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로 직회부 된 것을 규탄하기 위함이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간호법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며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제공해 다른 보건의료직역 업무를 침탈하고 간호조무사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이는 간호사들만 찬성하고 간호조무사는 반대하는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다. 이 밖에도 의사·치과의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보건의료정보관리사·응급구조사·요양보호사 등 대다수의 보건의료인들이 간호법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간호법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앞서 민주당 복지위 위원들은 지난해 5월 17일 여당 국회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간호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강 회장은 "두 차례에 걸친 간호법을 강행처리로 간호법을 반대하는 대다수 보건의료계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당했다. 야당 복지위 위원들이 대한간호협회의 편파적인 입장을 전면 수용하면서 보건의료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리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에 위헌적 요소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을 고등학교로 제한하는 조항이 그대로인데, 이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곽 회장은 "국회의 간호법 본회의 직회부 강행처리는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으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간호법은 여당과 야당간 합의가 없으며, 의료법과의 관계 미정립 등으로 법률체계 상 혼선을 초래한다. 이는 간호사의 이익만을 대변한 법으로 입법 절차, 법체계, 법내용 등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규탄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강성홍 회장은 간호법이 법사위 제2소위에서 회부됐다가 본회의로 직행한 상황을 조명하며, 이는 의회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원래대로라면 간호법은 오는 22일, 법사위 제2소위에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강 회장은 "간호법 같이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반대하고, 갈등이 심한 법안은 충분한 협의를 통한 조정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이며 국회 본연의 역할"이라며 "야당 보건복지위원들은 보건의료계의 합당한 요구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기를 바라며, 비민주적인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마지막으로 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여야 합의절차 없이 다수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직회부된 간호법을 우리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법을 공포하기 전까지는 간호법이 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보건복지의료연대는 400만 회원들과 함께 간호법이 폐기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26일 10만 명이 참여하는 간호법 폐기 촉구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투쟁을 위한 연대를 지속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투쟁에도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총파업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협 이필수 회장은 "26일 10만 명의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 개최하고 이후에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간호법의 부당함을 적극 알릴 예정"이라며 "향후 투쟁 로드맵은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들이 매주 모여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총파업 등 가장 강력한 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언 순서에서 각 단체 회장들은 간호법 제정 시 간호사는 의료인이 아닌 간호인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간호법안은 의료법에서 벗어난 독립법안인 만큼 같은 보건의료체계 있을 생각을 말라는 지적이다. 오는 총선을 통해 민주당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한 관계자가 선포식 참석자들을 향해 "의사 수를 늘리라"고 소리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 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는 "간호협회 주장은 의사 수만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등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 하나로 끝이다"며 "아무리 말을 해도 무시하고 통하지 않으니 10만 명, 20만 명이 모여서 행동으로 국민과 국회에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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