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학회의 '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근거중심 초음파 검사법' 제정에 반발한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가 독자노선을 걷는다.
의사회는 학회의 검사법이 보험사의 무분별한 이의제기 용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임상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독자적인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4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외과, 방사선과, 흉부외과의사회 등과 연합해 하지정맥류 검사법 제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맥학회는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인터벤션영상의학회와 공동으로 하지정맥류의 진단 방법, 진단 대상자 및 측정 방법, 정맥부전의 양성기준, 초음파검사 표준영상 측정 방법 등을 포함한 검사법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가 해당 검사법이 포지티브 리스트 형태로 원칙에 벗어나는 행위는 보험사의 이의제기 및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
이와 관련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회장은 "문제 소지가 있는 문구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고, 문구 수정 없이는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며 "실제로 보험사의 이의제기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학회의 문구 수정을 촉구하고, 불가하다면 독자적인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가 문제삼는 점은 검사법 항목 3-2(자세별 측정법), 5-4(증강파형) 두 가지다.
항목 3-2는 서 있는 자세에서 측정을 하고, 발살바법(Valsalva Maneuver)을 쓰거나 원위부 정맥 역류를 유발하기 위해 손이나 압박띠로 압박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환자가 서있는 자세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앉거나 'Reverse Trendelenburg' 자세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김승진 회장은 "학회 검사법은 서서 측정하고 불가능한 경우에만 다른 방법을 사용하라고 돼 있다"며 "문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선 서서 측정하다가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립성 저혈압 발생 여부를 사전에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안전띠를 매고 60도 이상 세워 검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며 "이는 더 안전한 방법인데도 학회의 기준만 인용할 경우 쟁점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5-4 증강파형 역시 교과서 및 임상 현장을 도외시 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초음파 파형도 정맥질환의 진단과 치료 교과서에 표시된 것과 정반대로 학회는 제시한다"며 "학회는 단추 하나만 누르면 반대 파형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왜 기기에 설정된 원래 파형을 버튼을 눌러 바꾸도록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소해보일 수 있는 문제지만 임상현장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보험사가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문구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
김 회장은 "실제로 보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은 이의제기를 열번이나 경험했다"며 "보험사들은 교과서가 아닌 다른 지침을 근거로 이런 파형으로 안 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문 소견서를 만들어 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경우 본인은 교과서를 출력해 보내서 반박한다"며 "분쟁 과정이 몇 개월씩 지속되기 때문에 환자는 그 기간동안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의료진을 사기꾼으로 의심하기도 한다"고 문구 수정을 재차 촉구했다.
이어 "학회가 문구를 수정하면 아무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학회가 불응한다면 외과의사회, 방사선사의사회, 흉부외과의사회 등 여러 의사회와 연합해 새로운 지침을 만들 계획이고, 의사회는 의사협회가 인정한 정식 단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신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지침 개정의 사유가 되는 새로운 근거, 증거의 발견이 없는 한 문구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성호 정맥학회 이사장(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은 "진료지침위원회를 통해 지침 개정, 수정이 이뤄지는 절차가 있다"며 "지침 개정에는 새로운 연구의 축적, 증거의 발견 등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당위성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 수집과 검토, 위원회 논의를 거쳐 검사법이 이달 초 공개됐다"며 "의사회 쪽에서 반발 여론이 있어 내부적으로 이사진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수정에 대한 공감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의사회는 흉부외과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개업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학회와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본인들이 생각하는 증거, 데이터가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지침을 만들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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