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이 이전에는 중증만 벗어나는 수준을 맞추자는 목표가 있었지만 데이터가 쌓이면서 개인의 약물동태학(PK)과 신체활동에 맞춘 예방요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개인 약동학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임상현장에서 혈우병A 환자의 예방요법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응고인자 제제의 급여기준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혈우병A 환자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만성질환 대응과 각각의 신체활동에 맞는 약물동력학(PK)에 따라 예방요법/유지요법 시행을 통한 삶의 질 유지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
여기에 더해 현재의 급여 기준안에서 중증을 벗어나는데 초점을 맞춘 치료가 유지될 경우 장기적인 합병증 유발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급여조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혈액학회의 의견이다.
지난 13일 대한혈액학회 혈우병연구회 박영실 총무이사(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혈우병 A에서 응고인자 제제 통한 예방요법 중요성' 세미나를 통해 급여조건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혈우병은 X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돼 발생하는 대표적인 출혈성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8번 혈액응고인자가 없거나 부족할 때 발생하는 혈우병 A 환자가 약 70%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21년 기준 전체 혈우병 환자 2264명 중 혈우병A 환자는 1776명으로 이중 71.4%의 환자가 응고인자 활성도가 1%미만인 중증환자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혈우병 자체를 치료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 혈우병 증상인 출혈을 막고 지혈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결핍된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예방요법/유지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혈우연맹(WFH)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증 혈우병 환자에서 표준 치료는 주기적으로 응고인자 혹은 지혈 제제를 예방요법으로 투여하고, 개인 마다 다른 출혈 표현형, 관절상태, 약동학적 특징, 선호도 등에 따라 개별화 및 맞춤치료가 돼야한다.
박 교수 역시 혈우병 환자 개개인의 출혈 양상과 신체활동의 정도,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 수준 등 약물동력학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PK 측정 결과와 환자의 생활 패턴 등 특성을 고려해 개인 맞춤형 예방요법을 시행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시각.
박 교수는 "전통적인 방식의 유지요법은 중증기준인 응고인자 활성도 1%를 최소한 넘기게 해주자는 것이 시작이었지만 최소 기준이었던 만큼 일상생활에서 많은 빈도의 출혈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최소 기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PK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을 실시할 경우 연간 출혈률이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혈우병과 관련해 신규 치료제가 등장하고 급여가 확장됐지만 만성질환처럼 치료제를 꾸준히 맞아야하는 특성상 급여기준에 한계라는 간극이 존재한다.
현재 학회가 응고인자 약제의 급여기준과 관련해 급여기준 개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한 부분은 크게 '1회 투여용량'과 '투여 횟수' 2가지다.
혈우병A의 치료에는 표준반감기 혈액응고 8인자 제제와 반감기연장 혈액응고 8인자 제제가 허가 돼 있는데 모두 20-25IU/kg(중등도 이상일 경우 의사판단에 따라 최대 30IU/kg)으로 한정돼 있는 상태다.
박 교수는 "환자 개인에 따른 약물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용량이 원하는 수준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돼도 더 사용할 수가 없다"며 "현재 급여기준은 허가사항의 절반 수준에 불가해 최소한 허가가 돼 있는 용량 안에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안을 낸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여 기준 역시 개인에 따라 투여 간격사이에 응고인자가 거의 몸에 없는 상태처럼 떨어지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 같은 상황도 개인 PK 검사 결과에 따라 조정하는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유지요법의 기준에 따라 시각차가 있을 수 있지만 현 급여기준에서 60% 가량의 환자의 치료는 충분할 것이라는 시각이지만 여전히 40%가량은 급여기준 안에서 충분한 유지요법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즉, 유지요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유의미한 효과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 학회는 급여개정이 이뤄질 경우 국내예방요법을 시행 중인 혈우병A 환자 중 10~20%가 용량 증가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학회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에 이러한 개정안 의견을 제출한 뒤 긍정적인 의견을 받은 상황. 다만, 급여기준 변경에 여러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실제 기준 변경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박 교수는 "혈우병은 출혈성 질환이지만 급성합병증과 만성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는 질환으로 출혈발생을 막을 수 있는 유지요법이 현재의 표준 치료법이다"며 "국내 치료요건도 많이 향상됐지만 환자 상태에 따른 사회적비용 등까지 고려했을 때 개인별 요소를 반영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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