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 비만 등 주로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발생하는 2형 당뇨병은 예방이 가능한 시기에 효과적인 개입이 있다면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발생을 지연시길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40세 이상 성인에 권고됐던 당뇨병 선별검사 연령을 35세로 하향한 것도 조기에 고위험군을 발견, 적극 개입하자는 것.
2형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중재법, 약물중재법 등이 개발되고 예방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근거가 쌓이고 있지만 각 국가나 인종마다 유전적, 신체적 특성 및 생활습관, 건강보험 급여 체계 등이 달라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긴 어렵다. 각 국가에 맞는 최적의 예방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실정에 적합한 당뇨병 예방중재법을 개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시행된 한국인당뇨병예방연구(Korean Diabetes Prevention Study, KDPS)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내달 공개 예정인 KDPS 연구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KDPS 실무책임자) 교수를 만나 연구 설계 및 결과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당뇨병예방연구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국책과제로 시작됐다. 대한당뇨병학회 주도 아래 다학제 TFT가 구성됐고 집중생활습관중재법, 메트포르민 약물중재법, 표준관리중재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최적의 예방 툴을 찾는다.
전숙 교수는 "KDPS 연구는 각 중재법의 당뇨병예방 효과를 비교, 분석하기 위해 국내 15개 기관에서 844명의 과체중 당뇨병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72개월간 추적관찰해 당뇨병 누적발생률을 비교한 결과가 내달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당뇨병 전 단계라고 해도 모르고 지나가거나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선행 연구에서 적절한 개입이 없는 당뇨병 고위험군의 경우 당뇨병 발병 확률이 1년에 5~10%에 달한다"며 "KDPS 연구는 그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 투약 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폈다"고 밝혔다.
당뇨병학회의 2023년 진료지침 '2형 당뇨병 예방' 항목은 "당뇨병 예방을 위해 개별화한 생활습관교정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1997년부터 이어진 10여편의 다양한 연구에서 생활습관교정 시 28.5%에서 최대 67.4%까지 당뇨병 발생이 감소한 만큼 효과는 이미 증명됐다.
문제는 교육프로그램마다 중재 강도 및 환자의 방문 횟수, 중재 기간 등이 상이해 한국인에 적합한 최적의 프로토콜을 찾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
전숙 교수는 "생활 습관을 교정하려면 개별 환자에 맞는 식사랑 영양, 식사, 운동, 행동요법을 교육하고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뇨병학회가 공동개발한 병원 기반 생활습관중재법(hLSM)을 적용해 초기 6개월간 집중 중재를 진행하고 이후 3개월마다 유지 요법 방문 및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약물중재 요법에선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DPP-4i나 SGLT-2i와 같은 약제 대신 비교적 저렴한 메트포르민 투약으로 설정했지만 메트포르민은 선행 연구에서 26~31%까지 당뇨병 발생을 감소시킬 정도로 효과적인 약제"라며 "당뇨병학회 역시 과체중, 비만인 당뇨병전단계 성인에게 예방용 메트포르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언급된 중재의 효과는 해외 연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과연 한국에 적용했을 때 비슷한 효과가 관찰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아있었다"며 "이번 KDPS 연구 최종 결과는 내달 공개되지만 최근 6개월간의 중간분석 결과를 보면 그 경향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분석 결과는 해외의 선행 연구 결과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습관교정이 체중 감소, 체질량지수 감소 등에서 가장 효과적이었고, 메트포르민 투약군이 뒤를 이었다.
전숙 교수는 "중간분석 결과를 보면 체중 감소는 생활습관중재군이 2.3kg 감소, 메트포르민중재군이 1.9kg 감소, 표준중재군이 0.7kg 감소로 나타났다"며 "BMI 지수, 허리둘레 감소, 엉덩이둘레, 허리 둘레, 혈압 감소 등 다양한 지표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생활습관중재군의 효과가 가장 컸다"고 했다.
그는 "체중 감량이 당뇨병 예방 효과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5% 이상 체중감량 및 유지는 당뇨병 발생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데 체중 5% 이상 감소 달성 비율은 생활습관중재군이 29.5%, 약물중재군이 23.9%, 표준군이 10.7%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의 경우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에게 쓰기 때문에 이것을 중재로 봐야하는지 아니면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개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약물을 끊으면 체중이 불고 다시 당뇨병이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6개월 중간분석 결과에 그치지만 생활습관중재군에서 체중 및 대사지표의 긍정적 변화가 관찰됐고, 3년 이상 적용중인 병원 기반 생활습관중재법(hLSM)에서 특별한 위해가 보고되지 않은 만큼 한국의 과체중/비만 당뇨병전단계 성인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한 중재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
전숙 교수는 "해당 연구가 국책과제로 시행된 만큼 연구 결과에 대한 정책 반영을 기대한다"며 "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하고 있어 학회도 이에 부응하기 위한 근거들을 계속 생산해 줘야 하는데 KDPS는 이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지침 개발을 위해선 당뇨병 예방효과에 대한 중재법의 장기적인 합병증 등 예후 연구가 필요하다"며 "정상 체중의 당뇨병전단계 대상자나 지역사회에서의 적용, 디지털헬스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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