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와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탄핵이 거론되는 등 책임론이 부상하자 의협은 대회원 서신문을 송부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 제10차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와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 논의 ▲확충 의사인력의 필수의료·지역의료 유입 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을 합의했다. 이에 복지부는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포럼'을 구성하는 등 적정 의사 수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와 의협의 의대정원 확충 합의는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면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원초적 사고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의총은 "의사들에 대한 비난, 불의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부족한 보상안 등을 방치한 채 인력만 늘리면 필수의료 의사들이 정말로 늘어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말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서로 가겠다고 경쟁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정원 확충은 의료정책에 만능 치트키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의대 정원 저지가 의협 대의원회 수임사항임에도 집행부가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합의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대 정원이 의료시스템 붕괴를 넘어 이공계 인재 이탈 등 대한민국 교육체계 전반이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오히려 지금이 의대정원을 감축하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이다.
반발이 계속되자 의협 집행부는 대회원 서신문을 보내고 복지부가 의료인력 확충 논의 시 의료계가 요구하는 전제사항에 공감하며 이를 반영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 일환으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및 필수의료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등을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의협은 ▲의료 인력의 현 상황 및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 ▲확충 인력의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유입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 ▲객관적인 사후평가를 통한 제도 재조정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 마련 ▲공공의대 등 의대신설을 통한 인력확충 논의 배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제한 ▲의대 쏠림으로 인한 이공계 문제 ▲의료비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을 동시에 고려할 것을 전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과의사회 의협 집행부를 향한 공식 질의서를 전달하며 의료현안협의체서 2025년도 입시 모집 요강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과 '확충 논의'에 합의한 것은 천지차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의료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질문했다.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린 후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이와 함께 2020년 의정협의 당시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및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들어 의협이 이에 합의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협이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행보에 회원들이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정부는 의료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인 것처럼 떠들고 얘기하지만, 실제론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에 효율적인 배분이 문제"라며 "설령 의대정원을 확대해도 필수의료 인력이 확충될 것으로 생각하냐. 지금은 의대정원 확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규제감소와 세금감면, 재정투입 등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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