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성조숙증 치료제 급여기준 변경안이 전격 보류됐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여기준 변경안 시행 일주일 전 고시안을 내놓았지만, 일선 의료현장의 지적과 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시행을 미루고 추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우선 개정 내용은 이렇다. 교과서, 가이드라인, 임상논문, 학회 의견 등을 참조해 성조숙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agonist) 주사제 약제 투여 대상을 보다 명확히 했다. 기존 '단순히 이차성징 성숙도(Tanner stage) 2단계 이상이면서 골연령이 해당 연령 보다 증가'라는 GnRH-agonist 투여 대상 기준에 '여아 8세(7세 365일) 미만, 남아 9세(8세 365일) 미만'이라는 나이를 추가했다.
현행 고시에는 중추성사춘기조발증(Central precocious puberty, CPP, 진성 성조숙증)에서 GnRH-agonist 주사제 투여 시작 시기(여아 9세, 남아 10세)와 투여 종료 시기(여아 11세, 남아 12세)만 나와 있다.
즉 모호했던 급여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급여 가능한 성조숙증 환자만이라도 정확한 시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고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성조숙증 치료를 둘러싼 임상현장에서의 문제 인식은 지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조숙증 진단시약이 국내 임상현장에서 씨가 마름과 동시에 관련 소아내분비 전공 의사들이 진단시약 공급을 위해 제약사를 찾아다니면서부터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음을 이때 제대로 확인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비급여로 활용되고 있지만, 성조숙증 주사제가 '키 크는 주사'로 인식,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하이브리드 주사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GnRH-agonist 주사제로 성장판이 일찍 닫히는 것을 방지, 키가 꾸준하게 오랜 기간 크는데 도움을 준다는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이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키 크는 주사'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성조숙증이 아닌 환자에 관련 치료제가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같은 점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손보겠다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복지부와 심평원의 의지를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다. 일부 소아내분비 전공 의사들과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이외 성조숙증을 진단․치료하는 의료인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했다. 어쩌면 주사제 마케팅을 하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소식을 더 빨리 알지 않았을까.
더 큰 문제는 직접적인 당사자나 마찬가지인 환자 부모들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급여기준 개정 추진 소식이 기사화되기 이전 이를 논의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전혀 없었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최근 부모에 조부모, 지인들까지 가세해 아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텐포켓'(아이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약업계와 임상현장에서 텐포켓 현상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키 크는 주사 시장이다.
그만큼 임상 현장보다 환자와 부모들이 더 격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입법예고 10일 동안 의견수렴하고 끝낼 일이 아니었다. 이제래도 임상현장과 환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가 의견을 다시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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