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8일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하자 국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9일 병상자원관리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국회가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병상관리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9일, 병상관리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핵심은 지난 8일 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상당부분 담아냈다.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종합병원을 개설할 때 복지부령으로 정한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과정을 추가했다. 과거에는 시·도지사의 허가만 받으면 개설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복지부의 심의를 거치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개설하는 경우에도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심의 단계에서 복지부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개설하는 경우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도록 해 의료기관의 신규 개설 절차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또한 의료기관 개설 시 복지부의 승인을 받도록 해 국가적 차원의 병상수급 관리·감독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이 의원은 현재 병상의 무분별한 증가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허가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부여되어 있지만 건물 완공 후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사실상 의료기관 개설을 불허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관 개설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병원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자 하기 때문에 병상자원 관리 기전이 작동하지 않고 결국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전국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천 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OECD 평균 4.3개의 약 2.9배에 달하는 수준. 게다가 2030년까지 수도권 내 6000병상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방 의료인력의 수도권 유출과 더불어 지방 필수의료 기반이 약화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가장 문제는 이러한 병상이 주로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됨에 따라 의료 인력 쏠림 현상. 이 의원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으로 인한 의료이용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로, 인구 10만 명당 근무 의사 수를 살펴보면, 서울 305.6명, 경북 126.5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병상의 과잉 공급은 비효율적 의료 이용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 특정 지역의 집중은 의료공급 불균형에 따른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며 "국가가 직접 지역별 병상 수급을 관리함으로써 수요에 맞는 병상이 운영되도록 하고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법 개정 취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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