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제세동기(AED)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것보다 생존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
특히 구급차 도착에 6분 이상이 걸릴 경우 이같은 확률이 더욱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대량 배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지시각으로 25일부터 28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진행중인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회의에서는 구급차 도착 시간에 따른 자동 제세동기의 효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발표됐다.
자동 제세동기는 순간적으로 강한 직류 전류를 흘려 심장의 전기 신호를 정상화시키는 응급 의료기기로 의료기관은 물론 일반 대중 시설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범용 기기다.
대부분 급성 심정지 환자에 대처하기 위해 활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심폐소생술(CPR) 등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 국가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비치 장소가 적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한 덴마크 노르셀란(Nordsjaellands)대학 마티아스(Mathias Hindborg) 교수는 "상당수 국가에서 CPR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만 자동 제세동기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로 자동 제세동기가 심정지 환자의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 7471명을 대상으로 자동 제세동기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이 환자 중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자동 제세동기 치료를 받은 환자는 14.7%였고 85.3%는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차이는 컸다. 제세동기를 활용한 환자는 30일 이상 생존율이 44.5%에 달한 반면 단순히 CPR만 받은 환자는 30일 이상 생존율이 18.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존율은 구급차 도착 시간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 심정지 환자들이 구급차로 이송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실제로 구급차 도착이 2분 이내에 이뤄진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대에서 제세동기를 활용한 환자의 생존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그 차이는 구급차 도착이 길어지는 경우에 더욱 커졌다.
구급차가 2분에서 4분 사이에 도착했을때 제세동기를 활용한 환자는 생존 확률이 1.37배가 높았고 4분에서 6분 사이 도착한 경우 1.55배나 차이가 났다.
구급차 도착이 길어지는 경우 생존율 차이는 더욱 커졌다. 6분에서 8분 사이에 구급차가 도착한 경우 제세동기를 사용한 환자는 단순히 CPR를 받은 환자보다 생존 확률이 2.23배나 높았다.
또한 8분에서 10분 사이의 경우도 1.99배로 큰 차이를 보였고 10분에서 12분 사이는 1.89배, 12분에서 15분은 1.86배, 15분 이상 25분 이내는 1.98배 차이가 났다.
구급차가 2분 내로 도착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에서도 차이가 나는데다 6분 이상 길어질 경우 생존 확률이 두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마티아스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가 CPR을 받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세동기 하나만으로 생존 확률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구급차의 도착이 늦어지는데 따른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여전히 자동 제세동기가 비치된 곳은 드물고 이에 대한 정보와 교육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구급차 도착이 6분 이상 걸리는 지역에 대해서는 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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