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학교로 이동하던 중 한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됐다. 라디오 진행자가 말했다. "요즘 대두 되는 리더의 덕목이 무엇일까요?" 정답이 궁금해서 귀를 기울였다. 라디오 진행자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것은 바로 공감입니다!" 정답을 듣고 납득할 수 없었다.
'리더에게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난 8월 나는 학교 행사인 '골학'을 총괄했었다. 골학이란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예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인체의 뼈와 근육을 공부시키는 행사다. 예과 2학년 학생은 골학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매일 15시간이 넘는 공부량과 20번 이상의 시험을 소화해야 한다.
작년에 나는 예과 2학년으로서 골학에 참여했었다. 그 일주일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 압도적인 공부량도 힘들었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든 건 노력해도 오르는 않는 성적이었다. 지금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의대 공부에 적합한 공부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법을 몰랐을 뿐인데 그때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좌절감을 느꼈었다.
올해 골학을 총괄하는 동안 후배를 보며 한시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 앉아있는 후배들의 모습에서 작년의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조차도 작년의 내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러기에 나는 조금도 쉬지 않고 후배의 공부를 도와주러 다녔다. 후배는 작년의 나와 같은 좌절을 느끼지 말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모습을 돌이켜 보며 나는 내가 리더로서 자격 미달임을 느꼈다. 소위 리더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프로젝트의 목표를 향해 강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쉽게 공감하는 내 성격은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었다. 이에 나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물러 터진 내 성격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는 리더의 덕목이 공감이라고 말하니까 이해할 수가 없던 것이다. 바로 유튜브에 '공감 리더십'을 검색해 보았다. 맨 위에 '불확실한 2023년, 공감의 리더십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떴고 그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선 공감의 리더십 대표 주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티아 나델라를 소개한다. 나델라가 취임한 2014년 이후 MS 주가는 6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MS를 제2의 전성기로 끌어올린 사람이 사티아 나델라이고 그 성공 비결이 나델라만의 '공감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나델라는 공감을 통해 MS의 기업 문화를 바꾸었다. 나델라가 취임하기 전 MS는 직원들을 상대평가로 등급을 분류했다. 이는 직원들 간에 협업을 저해했고 직원의 다양한 도전을 막았다. 나델라는 취임 후 성과 시스템부터 바꿨다. 평가 방식을 절대 평가로 바꿨고 평가의 중요 요소에 동료와의 관계를 포함시켰다. 직원들은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동료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말해야만 했다. 이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MS 조직 사이 칸막이는 낮아졌고 다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일 수 있게 됐다.
또한 나델라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모바일 시대에서 MS는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었고 직원의 사기는 떨어져 있었다. 이런 직원들에게 나델라는 채찍과 당근보다는 공감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나델라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찾아가서 직원의 상실감을 듣고 공감하고 새로운 비전을 고민했다. 나델라는 공감을 통해 직원들에게 다가가서 목표 의식을 심어주었고 MS는 빠르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철저한 시스템을 가진 리더, 강력한 카리스마의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배워왔었다. 그런데 세상은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즉, 이제는 나 혼자서 잘하는 걸로는 성공할 수 없고 더 많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 발맞춰서 새로운 리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공감의 리더십이다.
쉽게 공감하는 성격이 내가 리더를 하는 데 있어서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이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나델라의 사례를 접한 후, 나는 이러한 생각들을 접을 수 있었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공감이 훗날 공감의 리더십이라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델라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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