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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우림'과 '둠밈'은 무엇입니까?

조우영 학생(울산의대)
발행날짜: 2023-10-16 05:00:00

조우영 학생(울산의대 본과 2학년)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친구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책 하나를 건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지만 동시에 겁이 많은 저를 알고는 도움이 될 거라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손에 쥐어 주었죠. 당장 오늘 할 일에만 급급했던 저에게 미지의 길, 계절의 변화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저놈들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 밖에 몰라" (연금술사 중)

연금술사의 주인공은 산티아고라는 청년으로 양을 치는 목동입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목동이 된 산티아고는 늙은 왕을 만난 후 이집트로 보물을 찾아 떠납니다. 한 청년이 모험을 떠나는 성장 스토리를 통해서 저도 세상을 탐험할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한 물건이 눈에 밟혔습니다.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건준 '우림과 둠밈'이었습니다.

우림과 둠밈은 여행자가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주사위처럼 던지면 어떤 길이 맞는지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물건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우림과 둠밈은 성경에서 제사장이 하나님의 뜻을 물을 때 사용했던 제비였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주는 물건이 있다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당당히, 조금 더 안전하게 삶을 계획할 수 있으실 것 같나요?

사람들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양치기 산티아고도 긴 여정 도중 일어나는 사건들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죠. 산티아고는 현재 닥친 시련들도 결국 자아의 신화를 이뤄가는 과정(책에서는 보물을 찾는 과정을 뜻합니다)의 일부이고 자신은 신의 큰 섭리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무언가에 미쳐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믿음을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인간은 자신만의 사고체계로 세상을 경험하고, 세계관을 수정해갑니다.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속 대사, 감동적인 누군가의 조언이 한 사람에게 닿았을 때 그 사람의 세계관은 수정되고 보완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앞으로 경험할 사건들을 해석하는 틀이 마련되죠.

예를 들어 운명론자는 해석의 틀이 운명입니다. 모든 순간 운명이 자신에게 미소 짓지는 않을지언정 결국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우주는 자신의 편이라고 믿습니다. 이들에게 우림과 둠밈은 세상을 운영하는 정해진 질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나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나를 만들었고, 세상과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어 간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우림과 둠밈은 곧 자기 자신이죠.

하지만 사람마다 해석의 틀은 다르기에 누군가의 해석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합리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좋은 의미를 갖다 붙이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이 세상에 진리가 있고, 그 진리에 바탕을 둔 세계관이 아니라면 결국 인간의 해석은 시시각각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책에서 보물을 찾아 나선 산티아고도 여행 도중 시작한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하자 보물을 찾는 여행 대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자기 삶의 목표라고 여깁니다.

초심을 잃고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이기 시작하자 산티아고는 원래 꿈꿔왔던 삶의 모습과는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외부에서 부여 받은 변하지 않는 목표(늙은 왕을 통해 보물을 찾아 자아실현을 하라는 것)가 아닌 내가 기준이 되어 해석하는 삶은 때때로 우리를 방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진리는 존재하지 않고, 각자가 해석하고 결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무엇이든 각자만의 신념에 따라 결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여러분의 우림과 둠밈은 여러분 자신입니까? 아니면 여러분 바깥에 있습니까? 여러분의 우림과 둠밈은 얼마나 단단하며 신뢰할 만합니까?

지치는 하루를 보낼 때 해석의 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왜 내가 이런 시련을 겪고 있는지, 이 시련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안다면 고난의 터널을 지날 때 끝을 바라보며, 아니 상상이라도 해보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그냥 고통이 아니라 이유 없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여러분만의 우림과 둠밈으로 그 시간에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연금술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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