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조건' 과 '충분조건' P가 Q 라는 명제가 참일 때, P는 Q의 충분조건이며, Q는 P의 필요조건이다. 즉, 시작부터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 은 의사 수 확대이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라는 정의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 말하면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은 의사 수 확대이다"라는 명제가 거짓인 경우 아무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후에 이어지는 정책 설명을 보면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이 왜 의사 수 확대 인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의료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제시한 근거도 이미 보사연의 잘못된 연구결과 도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시작부터 이미 결론을 내어놓고 시작한 추진배경이라는 것을 보도자료 첫 장에서부터 알 수 있다.
'필수의료' VS '비필수의료'
의료를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로 구분해버리는 이분법적인 행태로 인해 마치 의료가 선과 악의 구도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불공정 의료생태계라고 지칭하였다. 매우 악랄한 정치적 수사이다. 필수의료를 고위험 고난이도 저보상, 건보위주(급여)라고 정의하고 비필수의료를 실손보험 및 비급여, 미용의료 시장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둘은 상반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실체는 그렇지 않다. 미용의료시장을 제외하고 보았을 때, 급여와 비급여의 구분은 공급자인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결정한 것이다.
즉, 그들이 급여와 비급여를 구분하였고 급여는 공단이 가격을 결정하면서 보상을 낮게 책정한 것이며, 비급여는 공급자가 스스로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불공정한 보상은 공급자인 의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이 저보상을 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생태계에서 비정상적인 곳은 단 하나, 건강보험공단에 의해 운영되는 급여진료 체계뿐이다. 고위험 고난이도의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곳에 저보상을 하는 것이 비정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이어진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 원인에 대해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다양한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정부가 원하는 정상적인 생태계는 비정상의 정상화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상적인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계약에 의한 의료의 공급이 이루어진 '비필수의료'의 보상 마저 끌어 내려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대책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유발한 가장 큰 원인인 저보상을 바로잡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보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돈을 들이지 않고, 기존의 정상적인 보상을 받고 있던 부분을 비정상적으로 끌어내려서 맞추겠다는 것이다. 첫 페이지 추진배경은 정말 간단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이 정책을 내어놓는데 밑바탕이 되는 기조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필수의료 생태계 고사 위기 구조에 대하여 이유와 원인을 분석해 도표화하였다. 어디서 많이 본 단어들과 어구들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형태로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핵심 원인은 외면한 채 의도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에만 목표하고 있는 흑심을 드러내고 있다.
'장시간 근로', '번아웃 일상화'
보건복지부가 보고 있는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이상의 종별을 뜻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19년째 의대 정원 동결
의대 정원 동결은 의사 수의 동결이 아닌 의사인력 양성 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공급을 일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줄지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늘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제시한 은퇴연령 기준 10년 내 2.2 만명이 도달한다고 하는데, 10년이면 현재 의대 정원으로 3만명이 증가하기 때문에 약 8000명이 현재 보다 더 늘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은퇴 연령이라는 것은 정규직에 해당되는 것으로, 의사 인력의 고용구조를 보았을 때 은퇴를 하는 정규직 의사는 대학 교수나 공무원만 존재한다. 그 외에는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리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의업에 종사할 수 있으며, 지금도 그렇게 대한민국 의료는 돌아가고 있다.(심지어는 은퇴한 교수마저도 대학병원에 남아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의존적 병원 운영
이 부분은 필자인 내가 수년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각종 글과 칼럼에서 언급했었고, 다른 정책제안자들도 지적했던 부분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교수와 전공의만 존재하는 의사인력구조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병원 급 수가를 저수가인 상태로 인상률을 처참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전공의라는 매우 낮은 인건비로 이용할 수 있는 의사 직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공의 특별법과 근로기준법의 강화로 인해 이들의 인건비가 상승하였고, 무한대였던 근로 시간이 제한됨으로서 급격히 가용 노동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전문의 자격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전공의 수련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분위기가 전환된 점도 있다.
응급, 당직 증가, 야간 및 휴일 대기, 일‧생활 균형인식 변화
이와 같은 부분은 결국 값싼 의료인력인 전공의 독박 시스템으로 지탱해 오던 상급종합병원들이 사회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1, 2, 3, 4는 원인이 아닌 결과물일 뿐이며 진짜 원인은 정부의 묵인하에 필수의료를 담당해오던 대형병원들이 전공의를 혹사시켜 왔고, 그 덕에 교수 말고는 전문의가 없는 그런 형태로 필수의료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높은 의료사고 부담
의료사고가 부담되는 의사가 어디 있나? 의료사고를 만들기 위해 의업에 종사하는 의사는 없다. 즉, Do no harm 원칙에 의해 의업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민형사상 굴레를 씌우는 것이 이유다.
원인으로 제시한 적정보상체계 부재와 소송위주의 해결은 왜 발생했는가? 보상을 하지 않아야 하고, 책임이 없는 사건에 대하여 재판부가 배상을 요구하고 형사처벌을 내리기 때문 아닌가?
의사가 뇌출혈을 일으킨 것이 아닌데 왜 뇌출혈로 사망한 자의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지불해야 하고, 의사가 출생 도중 저산소증을 만들어낸 것도 아닌데 뇌성마비에 대한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필수 의료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필요한 의료라고 한다면, 살리지 못했다고 배상을 해야 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대한민국 사법체계에서는 종사할 수가 없다. 떨어지는 빗물을 다 받아내지 못했다고 벌을 받으라면 누가 우산을 들겠는가? 그냥 외면하고 말지.
지역의료의 약화
지역의료가 약화된 원인은 KTX 이다. 상직적으로 KTX를 꼽았는데, 다시 말하면 있으나 마나 한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의료소비자의 이동에 장벽이 없고, 교통의 발달로 인해 수도권으로 이동이 쉽다. 이를 다시 말하면, 지역에 환자가 없다. 지역의 인구도 줄고 있는데, 그 줄어든 인구가 의료이용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료를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지역에서 유지되어야 할 의료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의 원인은 저기에 제시되어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단 하나, 공공의료의 부재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운용해야 할 공공의료가 없기 때문에 지역에 필수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의료가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 의료원 들이 정상적인 기능만 해주어도 충분히 권역화 센터화 등을 통한 연계 의료가 운용이 가능한데 국가가 여기에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지역의사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두번째 장의 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숨기기 위해 다른 말들로 포장해 놓은 속임수일 뿐이다. 이 속임수로 어떤 정책을 가져오는지 다음 페이지를 보며 따라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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