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 사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들의 업무 상당수가 간호사에게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빈자리를 PA 간호사로 채우는 것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계획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의사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
메디칼타임즈가 취재한 결과 전공의가 떠난 수련병원 상당수는 이들의 빈 자리에 PA 간호사 등을 투입해 진료와 수술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이미 인턴이 파업을 시작한 지난주부터 간호사에게 수많은 의사 업무가 떠넘겨지고 있다"며 "간호부에서 직접 지침까지 내리며 진료과를 지원하고 의사 업무를 대신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수술실 업무를 비롯해 드레싱과 각종 침습적 검사, CPR, 마취제 투여 등을 간호사가 직접 하고 있다"며 "심지어 의사들이 자리를 비우며 지연 및 취소된 수술 안내 전화도 돌리고 있어 업무가 2~3배는 증가한 것으로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비웠을 때도 이들의 업무는 간호사에게 전가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전공의 업무 중 동의서 서명, 드레싱, 동맥혈 가스 검사, 배설관리(인공항문·방광) 등을 대신하고 있었다.
두 파업 사태를 모두 겪은 병원 노조 소속 간호사 B씨는 "(지금 상황이) 2020년 때와 유사하다. 병원은 누군가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남은 인력이 그 몫을 해내야 운영되기 때문에 지도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모두 근무표를 조정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문제는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인데도 병원이 이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고의적으로 환자 정보를 지워 간호사에게 혼선을 심어주려 한 것으로 안는데 환자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간호사가 진다. 간호사가 왜 이런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빈자리를 PA인력으로 채우기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PA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이 오면 관계협회 등과 논의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가 불법적으로 의료 공백 상황을 메꾸는 일이 없도록 '의료 공백 위기 대응 간호사 TF'를 구성하고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간호사 B씨는 "정부 입장과 별개로 이미 임상현장에서는 PA가 불법의 영역에서 전공의 업무를 떠안으며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며 "당장은 수술을 연기하고 진료를 축소하며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전임의까지 사직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가 떠난 빈자리에 간호사를 적극 투입할 계획이라면 하루빨리 PA업무 법적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사 상당수가 회원으로 활동 중인 보건의료노조 또한 "현 제도에서는 의사 업무를 PA 인력에게 전가하면 안 된다"며 "조속히 PA 업무에 대해 법적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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