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현재 의료시장을 붕괴하는 주범으로 '실손보험'이 부상했다.
토론자들은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려면 '실손보험'에서 시작되는 문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의사는 물론 환자단체도 의료시장을 붕괴하는 주범으로 '실손보험'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이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다.
신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5년간, 5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비급여 지급현황을 조사한 결과 동네의원은 3차 병원 대비 보험금 지급 증가율이 12배 이상 높았다.
3차병원은 2018년도 대비 1.07배 증가한 반면 1차병원은 5년전 대비 1.84배 늘었다. 2차병원은 1.23배 늘었다. 상급병원은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비급여가 감소추세를 보인 반면 동네의원은 비급여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실손보험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 연구위원은 실손보험과 연계한 비급여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는 개원의와 병원의사간 격차 확대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의원급 환산지수 역전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봤다.
그는 "지역 내 필수의료를 담당해온 종합병원 의료인력이 동네병의원으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적했다. 즉, 실손보험으로 인한 문제가 개원가로 의료인력을 유인, 결국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 부족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는 "의료전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미래의 의료수요를 줄이는 것인데 '실손보험' 때문에 무력화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의료비)가격' 정책인데 실손보험이 존재하는 한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기획조정실장(소화기내과)은 도수치료, 하이프 온열치료 등 의료행위로 분류해선 안되는 행위를 인정하면서 실손보험 시장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부도 경찰도 의료소비자 행태에 대해 알고있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라며 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또한 "실손보험 정책이 만들어졌을 때 이 같은 문제점이 우려돼 의료계가 반대했다"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장 범위가 넓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한도와 빈도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 대표로 참석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도 "의료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이 실손보험"이라며 이에 대한 해법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공감하는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데 정부도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또한 수가, 규제, 인력 양성, 의료이용 등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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