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업무 증가와 단체 행동의 여파로 의대 교수들이 사실상 연구에서 손을 떼면서 학술지들도 후폭풍에 휘말리는 모습이다.
논문 투고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데다 학술지의 필수 기능인 동료 심사마저도 사실상 중단 상태에 이르면서 학술지 발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5일 의학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집단 반발의 여파로 학술지 발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학회 편집이사는 "이번 호까지는 일단 투고된 논문으로 버텼지만 다음 호는 발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라며 "현재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일단 발행 주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 투고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사실상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의료계 차원에서 전무후무한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는 비단 A학회만의 고민은 아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발표된 이후 의료계의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학술지도 그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교수들의 업무가 몇 배로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연속 당직 등에 따른 과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압박에 반발한 교수들이 사직 등으로 항의의 뜻을 전하면서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교수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미 진료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연구를 포함해 논문 작성이나 투고 등을 진행할 여유 자체가 없어진 셈이다.
B학회 임원은 "학술지가 문제가 아니라 학회 임원들까지 다 사직서를 내고 있어 학회가 굴러갈지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학과 병원, 의국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운데 한가롭게 논문 걱정 하고 있을 때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학술지가 국제 학술지인 만큼 오피니언이나 사설 등을 통해 현재 국내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본연의 기능을 지키기로 했다"며 "하지만 당분간 논문보다는 오피니언이나 사설, 논의 등으로 면을 채우기는 해야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교수들이 이러한 상황에 빠지면서 학술지의 필수 기능인 동료 심사(Peer Review)도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인 상태다.
학술지에 논문이 투고되면 동료 교수 등 전문가들이 서로 이를 심사해 논문의 적격성 등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 기능이 마비된 셈이다.
A학회 편집이사는 "투고 논문 수도 현격하게 줄었지만 더 큰 문제는 피어 리뷰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피어 리뷰 자체가 어찌보면 교육이고, 상부상조의 일환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형태인데 지금 상황에 그게 제대로 굴러가겠느냐"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대다수 학회들도 마찬가지 상황일텐데 더 큰 문제가 눈 앞에 있으니 일단 버텨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며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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