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0명 중 6명이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았다."
"신규 간호사 76% 무기한 대기발령 상태다."
대한간호협회는 오늘(20일) 오전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사직 여파로 의료현장의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알렸다. 지난 4월, 간호사의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한데 이어 두번째다.
두번째 실태조사 결과(간호사 2000명 대상 조사)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전공의 업무를 강요 받았으며 이를 거부하면 타 병동 헬퍼로 차출되거나 퇴직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업무를 맡았지만 그에 필요한 교육은 1시간 남짓에 그쳤다.
이에 따라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호소했다.
간호사들은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거나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수련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도 명확하지 않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한 데다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없어 수련의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를 가르치는 상황"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또한 전공의 사직 여파로 경영난 악화는 간호사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응답자 67.9%가 수련병원 간호사들로 이들은 강제적인 연차사용과 무급휴가에 내몰리고 있다고 답했다. 또 비수련병원 간호사들도 대학병원에서 넘어온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간호협회가 더 심각하게 문제제기 하는 부분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지만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60%를 넘는다는 점이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신규 간호사 76%가 발령 무기한 연기 상태에 빠지면서 고용절벽을 호소했다. 게다가 내년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4학년 재학중인 예비 간호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신규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 회장은 "정부가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간호법안 제정 등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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