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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한방 자보 증가세…진짜 문제는 첩약"

발행날짜: 2024-09-04 05:30:00

의협 자보위 이태연 위원장 인터뷰…의과 역차별 지적
"규제도 소용없어…전체 이익 위해 각계 머리 맞대야"

첩약 처방일수 제한 등의 규제에도 한방병원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청파전 특혜' 의혹 등 첩약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되면서 의과계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3일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보험 진료행태 왜곡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보험 진료행태 왜곡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미 2021년 의과 전체 자보 진료비를 뛰어넘은 한의과 자보 진료비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의과 자보진료비는 1조 656억 원인데 반해 한의과는 1조 4888억 원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우려다.

이태연 위원장은 첩약 처방일수 규제가 시행됐지만, 이 같은 한의과 자보 진료비 증가세에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교통사고 환자 첩약 처방일수를 최대 10일에서 7일로 줄이고, 경상환자에 대한 약침 시술 횟수 기준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염좌 등 경상환자의 경우에는 7일로 하되, 환자의 동의와 한의사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10일'이라는 예외 조항으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침·부항·약침·추나요법·첩약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진료 형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환자의 증상·상태와 관계없이 이뤄져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것.

2022년 의협 자보위는 한의원 호화 1인 병실을 제한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일부개정안'을 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한의과 자보 진료비 증가세에 큰 영향이 없었던 만큼, 진짜 문제는 첩약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자보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했지만, 한의과의 경상환자 과잉진료가 여전하다"며 "왜곡된 한의과 진료비 급증은 교통사고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결국 한의과를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까지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상환자 진료는 의학적·임상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이와 일치하지 않는 과잉진료는 제한하거나 보험 적용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첩약, 약침 등 두세 가지 이상의 고액 비급여 한방치료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첩약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는 추세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대상 질환 및 급여기준을 확대한 바 있다.

특히 이렇게 확대된 질환 중 요추추간판탈출증에 사용되는 첩약인 청파전과 관련해 특혜 논란이 일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청파전은 복지부가 한약 건강보험 급여 지급 기준으로 삼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 국민건강보험 적용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이태연 위원장은 한의 자보 진료비 급증이 이를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욱이 청파전은 복지부가 건강보험 급여 지급 기준으로 제시한 '기준처방' 목록에 없지만, 일부 한방병원이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을 청구해 지급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자동차보험에선 이 같은 의과와 한의과 간 형평성 문제가 오히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보 수가 기준에서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등은 관련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경상환자 과잉진료가 보다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의과의 경우 산재보험에서 정해진 수가를 그대로 따르거나, 없다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수가를 그대로 준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에선 비급여인 도수치료, 증식치료, 충격파치료 등이 자보에선 가격이 정해져 있는 등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자보에서 의과 비급여는 굉장히 제한돼 있고 심사 역시 정확하게 이뤄지는 굉장히 관리가 잘 되는, 반면 한의과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이미 한의과 자보 진료비가 의과를 추월했지만, 내부적으로 심사나 삭감,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느슨한 한의과 심사기준 역시, 결국 교통사고 환자들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는 한의과를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까지 보험료가 인상되는 비정상적 형태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들의 대책으로 자동차보험에서 의과와 한의과를 구분하고, 가입자가 가입 단계에서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같은 제도가 실현되기 위한 각계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국회와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보험업계, 그리고 환자단체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정책 개선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도 현장의 현실적 여건과 맞지 않아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효과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는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각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우려를 반영하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 시 하는 방향으로 의료계, 국회, 정부, 보험업계가 협력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며 "도입된 정책이나 제도의 효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수정하여 현장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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