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평가인증 개정과 의대 교육 단축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교육부 방침은 의학교육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과 사직 전공의 출신인 대한의사협회 임진수 기획이사가 출석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최근 의평원 관련 규정을 변경하는 입법 예고와 함께,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대책을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평가·인증 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심의 근거 마련 ▲인정기관 공백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 연장 근거 신설 ▲불인증 전 1년 이상 보완 기간 부여 특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복지위 박주민 위원장은 이 같은 개정안에, 교육부가 의평원 재지정을 취소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의평원을 향해 이 같은 우려가 실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안덕선 원장은 이 같은 조항이 제대로 된 평가인증을 통한 의학교육 여건 확인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평가·인증 기준 자체를 저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에 대한 박 위원장의 질의에 아직 직접적인 통보는 없었다고 답했다.
앞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의평원이 의대 증원을 막는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각 의대에 대한 의평원의 주요 변화 평가 계획이 지나치게 강화된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안 원장은 이 같은 기준은 의학교육의 질 하락을 막기 위해서며,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300%까지의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학교육에 굉장히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대규모 증원에 따라 의학교육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시설·재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이처럼 대규모로 정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선 교수·시설·재정에 더해 교육과정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 국민이 가진 교육 질 저하 우려를 막을 수 있겠다는 취지에서 새로운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며 "기준이 강화됐다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의평원이 사용하는 기준 자체는 기존 의대 평가인증에 사용하는 92개 기준 중 49개를 추린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는 교육부가 내놓은 5년제 의대 증원 대책은 교육부 장관의 배임에 해당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수의대도 6년 과정인데,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것은,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라는 지적이다.
사직 전공의의 수련병원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 시도를 차단하고 있으면서 협의체에 들어와서 이야기하자는 등 설득력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그 예시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전공의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직후, 대통령실에서 "안타까워서 미안하다고 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온 것을 꼽았다.
그는 '감사한 의사 명단'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를 작성한 의사와 나쁜 인연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말 구속당해야 할 것은 정부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임 이사는 "전문의가 됐을 때 전문가로 존중받고, 소신껏 진료하며 의사로서 살아가는 것에 보람이 느껴진다면 사직 전공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복귀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회의적이다.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관계자 중에는 진정성 있게 대화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그 대화 시도를 칼같이 차단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의료계와의 대화에 태클을 거는 사람부터 빠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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