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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노벨 생리의학상 나온다면 면역학이 유력"

발행날짜: 2024-10-24 05:32:00

[학회라운지] 면역학회 이상일 회장(경상국립대병원 류마티스내과)
"R&D 예산 감축·의정 갈등 타격…장기적인 지원책 절실"

"우리나라에서 첫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면역학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초청한 대한면역학회가 '미래 노벨상'을 위한 마중물을 주문했다. 노벨상 6개 분야 중 평화상에 이어 올해 문학상을 수상한만큼 생리의학상과 같은 타 분야에서의 수상도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라는 것.

면역학 연구는 의학 및 생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내 면역학은 암 치료, 자가면역 질환, 전염병 대응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노벨 생리의학상에 근접한 잠재력 높은 후보라는 뜻이다.

문제는 기초과학이 부실한 응용과학은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문제 해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분자생물학의 기초 연구였던 DNA 구조 발견이 현재는 유전자 치료,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의료와 생명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에도 지속적인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가 내건 미래 노벨상의 전제 조건이다.

면역학회 이상일 회장(경상국립대병원 류마티스내과)을 만나 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과 미션, 면역학 연구를 고도화할 국립 면역학연구원 추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면역학 연구 현주소는…"산-학-연 교류 활발"

면역학회는 코엑스에서 국제학술대회인 KAI 2024와 세계사이토카인학회 학술대회(cytokine 2024)를 함께 개최했다. 학술장을 찾은 석학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2023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의사과학자 드류 와이즈만(Drew Weissman) 박사.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뉴클레오시드(nucleoside) 염기 변형에 관한 발견으로 와이즈만 박사는 미국 출신의 의사과학자로 현재 바이오엔테크(BioNTEC) 수석 부사장인 카탈린 커리코 박사와 함께 2023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상일 회장

이상일 회장은 "세계사이토카인학회와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약 1900명이 등록을 했고, 500명에 달하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한국을 찾았다"며 "세계사이토카인학회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까닭에 해당 학회에서 와이즈만 박사를 추천, 연자로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에 와이즈만 박사를 통해 해외의 연구 인프라, 연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오랜 역사적 기반이 필요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첫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면역학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첫번째 이유로는 면역학은 과학계 다양한 연구 분야 및 의생명 산업의 반도체로 불릴만큼 감염, 자가면역, 종양 등 모든 분야의 질병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와이즈만 교수의 사례처럼 기초과학자들과 의사과학자들의 긴밀한 협력이 연구에 매우 중요한데, 한국 역시 면역학회를 중심으로 산-학-연이 연계되는 교류, 협력이 활성화돼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는 것.

이상일 회장은 "류마티스내과 의사인 본인이 면역학회장을 맡고 있는 것처럼 의사부터 과학자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학회에 있다"며 "면역학회에선 기초 임상의 협력 연구를 가장 선두적으로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고 이는 양질의 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미래 노벨상을 위한 전제 조건 "마중물 없인 성과도 없어"

독보적인 과학, 공학 분야의 성과를 달성한 미국과 연구 환경을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미국이 걸었던 기초과학 육성이라는 길을 답습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이 회장은 "미국과 한국은 연구 인프라, 연구비 등에서 굉장한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며 "다만 미국은 각종 연구 분야에서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꾸준히 지원을 해준다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감축한 R&D 예산을 다시 복원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약 20% 이상 연구비 감소를 체감하고 있고, 이런 문제로 연구를 그만두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정 갈등 문제로 전공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인데 관련 인력들이 한번 사라지면 연구의 연속성 측면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연구소 프로젝트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인데 R&D 예산 때문에 휘둘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와이즈만 박사는 기초과학자일 뿐 아니라 의사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설을 수립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대한면역학회가 학술대회에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와이즈만 박사를 초청, 국내의 미래 노벨상 수상자 육성을 위해 연구비 지원과 같은 마중물을 주문했다. (왼쪽부터)이상일 회장, 와이즈만 박사, 김유미 조직위원장

반면 3분 진료라는 임상 환경과 논문 다작 풍토가 자리잡은 국내에선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습득하고 독립적인 의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가 드문 것이 현실. 거기에 더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의 집단 사직이 연구 인력 양성 및 연구 연속성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진단이다.

이상일 회장은 "아쉬운 것은 이처럼 중요한 면역학에 관한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NIAID, 일본의 RIKEN, 독일의 Max Plank, 이스라엘의 Weizmann 등처럼 국가 주도로 면역학을 집중 연구할 수 있는 거점 연구기관의 설립의 필요성을 학회가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면역학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국립 뇌과학연구원, 암센터 등 뿔뿔이 흩어져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국가, 정책적인 차원의 연구 지원과 연구소가 필요하다"며 "주요 선진국은 면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면역학 연구소가 있는데 이는 해당 국가들이 면역학의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74년 93명으로 시작한 면역학회가 올해 50주년을 맞아 회원 수 6250여명, 산하 연구회 13개, 위원회 10개의 대형 학회로 거듭났다"며 "향후 100년을 위해 '면역학 연구로 감염과 면역질환의 극복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면역학회', '기초 임상의 융합연구', '미래를 이끌 연구자 육성'이라는 세가지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미 국내 면역학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만큼 조만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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