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한국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가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났다.
플루빅토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이른바 '방사성 미사일'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제품.
최근 국내 대형병원 중심으로 플리빅토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여 받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고가 치료제로 비급여라는 환자 접근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국내 임상현장에서의 방사성 의약품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경쟁도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플루빅토 임상현장 활용 본격화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식약처가 한국노바티스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루테튬(177Lu)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액)를 허가 한 이후 11월 기준 국립암센터를 포함해 6개 의료기관에서 투여 혹은 투여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루빅토는 전립선암에서 과발현 되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Lu)을 결합해 암 세포를 없애는 형태의 방사성리간드 치료제다. 방사성 리간드는 리간드(표적물질)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치료제다. 방사성 리간드가 표적세포와 결합하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방출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국내 허가는 임상3상 VISION가 기반이 됐다. 임상은 PSMA 양성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 831명을 대상으로 플루빅토와 표준치료 단독요법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상 결과, 플루빅토군은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rPFS) 8.7개월을 기록하며 대조군 3.4개월 대비 길었다.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에서도 플루빅토군 15.3개월, 대조군 11.3개월로 나타났다. 플루빅토를 투여했을 때 질환의 진행 또는 사망위험은 60% 감소됐다.
이 가운데 플루빅토를 의료기관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립선암 전용 PSMA PET-CT를 보유하고, 조제 및 품질 관리, 환자 투여 별도 공간 마련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핵의학과, 종양내과, 비뇨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과목 의료진의 협진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시설 장비 및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현재 PSMA PET-CT를 도입해 검사가 가능한 곳은 국내 초대형병원을 포함해 전국 15개 의료기관으로, 이 중 11월 기준 6개 의료기관에서 플루빅토를 활용한 치료를 실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문제는 가격이다. 플루빅토의 권장 용량은 7.4 GBq(200 mCi)로, 6주(±1주) 간격으로 총 6회까지 정맥 투여하는데, 임상현장에서는 회당 투여하는 데에만 비급여로 3~4천만원이 소요되면서 총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상효과가 기존 치료보다 뛰어남을 입증 받으면서 도입 3개월 간 약 20명에 가까운 환자가 플루빅토 투여를 완료하거나 투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비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종양내과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플루빅토가 도입되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나는 데다 부작용도 크지 않고 효과도 입증된 치료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문제는 가격도 고가인데다 PSMA PET-CT를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제한적이고 투여도 마찬가지로 제한된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노바티스 측은 당장 내년도 목표로 플루빅토 급여 적용으로 두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플루빅토 급여 적용을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전립선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킨 만큼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내년 급여 적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국산 방사성 의약품 개발 성공할까
임상현장에서 플루빅토 활용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방사성 의약품 개발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 것은 '퓨쳐켐'이다. 퓨쳐켐은 지난 5월 중순 거세저항성 전이환자 대상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미국 임상 2a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한 뒤 최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FC705는 전립선암 세표 표면에 과발현하는 PSMA을 타깃하는 방사성 의약품이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이 전립선암환자(Mcrpc)를 대상으로 100 mCi의 FC705를 8주 간격으로 최대 6회 투여한 뒤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 것으로, 임상시험에 참여중인 서울성모병원 교수진에 의해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전립선학회(APPS)에서 발표된 중간 결과에 따르면, 동일 기전의 방사성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단독 투여 평균 3, 4회 투여 시 주요 임상 지표인 PSA(전립선특이항원) 50% 이상 감소 비율이 높았으며, 부작용은 총 11명의 환자에서 발생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부작용에 해당하는 Grade1환자가 3명, Grade2 환자가 3명 발생했으며, 중대한 부작용으로 평가받는 Grade3에 해당하는 환자가 5명 발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퓨쳐켐은 2025년 1분기 내 연구결과보고서(CSR) 작성을 마치고 국내 임상 3상 진입과 조기품목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동아에스티 자회사 앱티스와 SK바이오팜 등도 방사선 의약품 개발에 나선 기업으로 손 꼽힌다.
앱티스는 링커 플랫폼 기술 앱클릭과 협력사인 셀비온의 방사성 의약품 랩 링커 기술을 활용해 위암·췌장암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방사성 동위원소 접합체(Antibody-Radionuclide Conjugate, ARC)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 NTSR1(neurotensin receptor 1, 뉴로텐신 수용체)을 타깃하는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구 FL-09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Full-Life Technologies)로부터 도입하는 라이선스(License-in,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해 개발에 뛰어들었다.
SKL35501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에서 과발현 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225Ac)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저분자 방사성 의약품이다.
SK바이오팜은 한국에서 SKL35501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2025년 말 이후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매력적인 시장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그룹의 지원과 함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방사성 의약품 비즈니스 밸류체인들을 갖추어 나가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 드릴 예정이고, 결국 글로벌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 중 하나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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