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조정할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 의대 증원 여파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도 늦은 상황인 만큼, 2026년 정원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9일 2025년 신년 좌담회를 열고 탄핵정국 속 의료계 향방을 논의했다. 2025년에도 의대 증원 사태가 계속되면서 새해 의료현장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중지를 모으자는 취지다.
이날 좌담회엔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교수(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교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 유미노의원 민호균 대표원장(대한개원의협의회 정보통신이사, 대한외과의사회 보험이사)이 참석했다.
■돌이킬 수 없는 2025년 의대 정원 "뉴노멀 대비해야"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교수는 현시점에서 2025년 의대 증원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미 의대 수시·정시 모집이 끝나 신입생들이 정해진 상황에서, 이들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2025년 의대 증원 철회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의료계 입장일 뿐, 정부·정치권이 입장에서 이로 인한 국민 반발을 수용하긴 어렵다는 것. 더욱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를 뒤집을 파격적인 안이 도출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이렇게 되면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전공의가 없는 뉴노멀을 상정하고, 기존 인력만으로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 2025년 의대 정원을 무효화 하는 것은 그 숫자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미 신입생이 들어와 있는데 이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며 "이를 되돌리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증원은 이뤄질 것이고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올해 당장 수련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난해엔 기존 인력으로 나아질 거라며 어떻게든 버텼지만, 올해 이들을 도울 전공의, 전임의가 들어오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한 플랜 B가 없다면 남은 인력들도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부재로 의료 질 저하 우려 "대책 논의 없어"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교수 역시 지금대로라면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까진 그나마 핵심 인력들이 남아 버틸 수 있었지만, 올해엔 이들마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일반의로 그 공백을 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충분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더욱이 사직한 전공의들의 정원 일부를 다른 전공의들이 대체하면서 아예 복귀할 수 없는 이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자리를 잃은 전공의들을 다시 복귀시킬 방안이 필요하지만, 아직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정부 정책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위함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나갈 사람들은 다 나갔다"며 "아직까진 의사가 있지만, 올해도 그럴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전공의 지원자가 없어 면허만 있으면 전공의를 뽑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태에서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자리가 없어진 전공의들을 다시 받을 방안에 대해 아무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일반의로 전공의나 전임의가 담당하던 업무를 대신하게 하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학사일정 확정 코앞 "지금은 2026년 정원 논의할 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의대 증원은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정책인데다가, 이를 추진하는 절차나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2025년 의대 증원을 철회하는 것은 이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계 주장이 옳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되돌릴 시점이 지나버렸다는 우려다.
조 위원은 대신 2026년 의대 정원을 두고 합리적인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도 이를 위해 의대 정원 감원을 명시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 이 법안은 의료단체 위원이 과반인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또 그는 시기적으로도 2026년 의대 정원 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입시 일정을 3월 말까지 확정하게 돼 있어 이때까지 학사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정부 의대 증원안은 오는 2030년까지 매년 2000명, 총 1만 명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다. 이 때문에 2026년 의대 정원 논의가 늦어진다면, 또다시 2000명이 증원되는 비극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관련 그는 "의대 증원이 잘못됐으니 바꾸는 게 상식적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당위론과 현실성은 별개의 문제다"라며 "다만 2025년을 막을 수 없다면 다음 연도 숫자를 분배해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구조의 추계위를 만들어, 근거를 놓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2026년 정원을 논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굉장히 시급하게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2025년도의 비극이 2026년도까지 그대로 이어질 이어지게 될 개연성이 높다"며 "이는 국회의 고민이기도 하고 함께 빠르게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의료계 역시 그 답을 빨리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군 복무 문제 어쩌나 "최대 7년 버릴 수 있어"
이들은 의무사관후보생에 서약한 사직 전공의들의 군 복무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부각했다.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올해 4000명 정도의 의무사관후보생이 몰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방부 모집 인원은 1000명에 불과해 나머지 인원이 군 복무를 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 있다는 것. 당장 이들에 대한 분류작업을 시행해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우려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직한 전공의들이 군 복무만을 위해서 3~4년을 대기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자원 낭비라는 것. 군의관의 되지 못한다면 사관학교라도 다닐 수 있게 해 복무 기간을 줄여주거나, 공중보건의사로의 전환이나 현역 입대를 허용해 줘야 한다는 요구다.
더욱이 정부가 이들 중 일부를 '입영대기자'로 분류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이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군·지역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군의관·공보의의 긴 복무 기간과 낮은 임금으로 현역 입대를 희망하는 의대생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결국 이로 인한 공백을 메꾸기 위해선, 더 비싼 비용을 치르고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유미노의원 민호균 대표원장은 "이제 입영 대상자인 사직 전공의들이 쏟아진다. 이들 모두가 입대할 수 없어 잉여 자원이 생길 텐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없다"며 "이렇게 남은 3000명은 2년을 대기해야 하고 그다음 남은 2000명 3년을 대기하는 것이다. 운이 나쁘면 전체 군 복무 기간을 합쳐 7년이 걸릴 텐데 그럼 40대에 가까운 나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무조건 대기시켜 2년 3년 끄는 거 말도 안 된다. 다만 이렇게 현역으로 가는 것이 디폴트가 되면 향후 군의관이 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며 "결국 지금까지 저렴한 가격에 의사를 운용해온 것들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기존의 10배의 비용을 내고 그 공백을 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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