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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에 목말랐던 뇌졸중 치료 테넥테플라제 단비"

발행날짜: 2025-03-18 05:00:00

[학회라운지]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미국 FDA, 30년만에 AIS 치료제 승인…"표준치료 제약 극복"

미국 FDA가 이달 급성 허혈성 뇌졸중(AIS) 치료제로 테넥테플라제(tenecteplase)를 승인하면서 임상 현장의 치료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테넥테플라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AIS 치료에 대해 승인된 새로운 혈전용해제로, 기존 표준치료로 사용된 정맥 주사용 혈전용해제 알테플라제(alteplase, rt-PA) 대비 투약 시간에 있어 장점이 있기 때문.

알테플라제는 1시간 동안 지속적인 주입이 필요한 반면 테넥테플라제는 반감기가 길어 한 번의 볼루스(급속 정맥 주사)만으로 치료가 가능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이 같은 편의성 증가는 응급 치료 환경에서 빠른 치료 개시를 가능하게 하며, 특히 응급실이나 이송 중인 환자에게 중요한 이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임상 전문가들의 평.

신약 가뭄에 시달린 뇌졸중 전문의들은 테넥테플라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에게 신약 승인의 의미와 향후 치료 환경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오래된 신약 테넥테플라제, 표준치료 제약 극복"

엄밀히 말해 테넥테플라제는 신약은 아니다. 1990~2000년 초반에 심근경색 치료제로 임상연구가 진행됐고 2000년 6월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용해제로 FDA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사용돼 왔다.

김태정 이사는 "뇌경색에는 그동안 정맥내혈전용해제로 투약되는 알테플라제로 초급성기 치료를 진행했다"며 "뇌경색에 가장 중요한 치료는 증상 발생 4.5 시간 이내 환자에게 정맥내혈전용해제를 투약하고 이후 큰 뇌혈관 폐색이 있는 경우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그는 "알테플라제는 그동안 뇌경색 환자들의 초급성기 치료제의 가장 중요한 약물 중 하나로 많은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투약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약물의 10%를 1분 동안 정맥으로 일시 주입하고, 이후 90%를 1시간 동안 투약하는 용법으로 사용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했던 이유는 반감기가 4~6분 정도로 짧기 때문. 증상 발생 4.5 시간 이내 투약을 해야 하지만 애매한 시간에 방문한 환자들은 영상 및 혈액검사를 시행하면서 적절한 투약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김 이사는 "알테플라제는 오랜 기간 투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약 중단 및 치료 지연, 치료 불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에 알테플라제를 이용해 정맥내혈전용해제 투약의 시간을 늘리는 연구가 많이 시행됐고, 그런 가운데 테넥테플라제의 뇌경색 관련 임상연구가 2010년부터 이뤄지기 시작해 약 20개 연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 약물 모두 혈전 용해를 유도하는 약물로,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화제의 역할을 해 기전은 동일하다"며 "플라스미노겐(plasminogen)을 활성화해 플라스민(plasmin)으로 전환시키고, 플라스민은 혈전(Thrombus)을 구성하는 피브린(fibrin)을 분해해 혈전을 용해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넥테플라제는 자연적인 tPA에서 세 개의 아미노산 치환을 통해 유도된 생명공학적으로 개량된 알테플라제 변형 약물로, 이러한 변형으로 반감기가 17~20분으로 길다"며 "PAI-1 저항성이 높고, 피브린 친화성이 높기 때문에 5~10초 동안 일시주입으로 투약이 가능하고 혈전 용해 효과가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 빠르게 뇌경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치료 알테플라제가 가진 긴 투약 시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한 만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했다는 것. 안전성 프로파일도 유사하거나 소폭 개선됐다.

김태정 이사는 "뇌경색 환자에서 테넥테플라제 0.25 mg/kg와 알테플라제 0.9 mg/kg의 치료 효과를 비교해 보면, 90일째 아주 좋은 예후(mRS 0-1)을 보이는 환자는 40% 대 37%로 비슷했다"며 "좋은 예후(mRS 0-2)를 보이는 환자 역시 58% 대 55% 정도로 비슷했다"고 밝혔다.

그는 "90일 시점의 사망률은 14% 대 15% 정도로 비슷하고 출혈 부작용은 연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증상성 뇌출혈도 2.9% 대 3.0%로 비슷했다"며 "모든 종류의 뇌출혈 발생은 16% 대 22%로 테넥테플라제가 더 낮아 테넥테플라제 투약의 효과는 알테플라제와 비슷하고 출혈 부작용은 다소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김 이사는 "현재는 그러한 연구들의 결과들을 종합해 뇌경색 환자 치료에서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 신약 승인의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 빠르게 도입을 시도한 배경에는 알테플라제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 국내 도입 전망…임상 현장 변화 가능성은?

뇌경색 환자는 증상 발생 4.5 시간 이내에 정맥내혈전용해제 투약이 필요하다. 테넥테플라제는 응급실 방문 후 평가와 검사 과정으로 소요된 치료 가능 시간 확보에 숨통을 틔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정 이사는 "테넥테플라제를 임상에서 적용하게 된다면 조금 더 많은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을 뜻하는 'Door to needle time'은 테넥테플라제와는 큰 연관성이 없지만 병원 도착 이후 검사로 인한 시간 소모 등 시간적인 문제로 투약이 애매해진 환자들의 경우엔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현재 근거로는 정맥내혈전용해제 투약이 필요한 환자에서 테넥테플라제를 알테플라제 대신 투약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며 "따라서 큰 뇌졸중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기존 표준치료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빈틈을 신약이 메꿀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임상 현장에서 테넥테플라제의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정 이사는 "국내 심근경색 환자에서 투약은 2003년에 식약처 승인돼 사용이 가능했으나 2024년 10월 사용량이 적어 투약이 중단됐다"며 "뇌경색에서의 투약 승인은 2024년 8월 식약처에 신청돼 현재 심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이후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FDA 에서 승인이 됐고 유럽에서는 2024년부터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무난하게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승인 이후 비용과 보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보험 적용은 최대 25 mg까지 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유럽, 호주, 뉴질랜드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테넥테플라제를 정맥내혈전용해제로 선택해 투약할 수 있게 반영한만큼, 대한뇌졸중학회 진료지침위원회도 변화하는 치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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