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지난 1년 이상 의료계를 뒤흔들던 의료개혁 정책이 방향성을 잃었다.
탄핵 선고 이후 의료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에 나서며 의료개혁을 비판했다.
이들은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던 대통령이 헌법 가치 훼손을 이유로 파면돼 더 이상 의료농단을 지속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진행해 온 내용을 포함해 모든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에 진행하던 정책은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 진행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윤 정부 의료정책의 핵심 내용 추진 현황과 향후 실현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 상종 구조전환 및 환산지수 차등적용 등 지속 가능성 높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초반부터 가장 공들여 시행해 어느 정도 결실을 맞은 의료개혁 정책 중 하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9월 1차 실행계획안을 발표하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향후 3년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 질환에 집중하도록 병상을 줄이고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면서, 연간 3조 3000억원씩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해당 시범사업은 전국의 47개 상급종병 모두가 참여 중인 상황으로, 각 병원들은 시범사업 참여를 위해 많게는 300개 이상 병상을 감축하는 등 구조전환에 나섰기 때문에 정책이 중단된다면 막대한 손해가 뒤따르게 된다.
특히, 초창기에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은 벌써 반년 가까이 구조전환을 이어가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상황.
상급종합병원 교수 A씨는 "사실 사업이 시작할 때부터 정권에 따른 불안감이 컸는데 실제 이런 상황을 맞닥트려 당황스럽다"며 "병원은 3년 동안 시범사업을 지속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병상을 감축하는 등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정책이 동력을 잃고 표류한다면 재정이 튼튼한 몇몇 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가장 큰 갈등을 빚었던 의대증원 역시 2025학년도 한 해는 성공했다.
의료개혁 초창기에는 향후 5년 동안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계획이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의사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1509명으로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후로 당장 내년도 의대증원부터 불투명해졌다. 교육부는 이번 주까지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 상황을 지켜보고 정원을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복귀해 증원은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7학년도 이후로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심의·의결 및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최종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필수의료 보상 집중강화를 위한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 역시 지난해 최초로 수가협상에서 환산지수 일괄 인상에서 벗어나며 효과를 보였다.
지난해 수가협상 결과,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94.1원으로, 0.5%라는 저조한 인상률을 보였지만, 환산지수 차등적용에 따라 외래 초진 및 재진 진찰료가 각각 4% 인상됐다.
또한 병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82.2원으로 1.2% 인상이 이뤄졌으며, 이외에도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해 야간 및 공휴일 가산이 50%에서 100%로 확대되고(병원 이상에 적용) 응급실에서 시행되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도 50%에서 150%로 높였다.
이러한 기조는 의료계 역시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시의 한 개원의는 "지난해 수가협상 당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끝까지 환산지수 차등적용에 반대했지만 정부는 결국 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수가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상종 구조전환, 포괄 2차병원 등 중단 불가능"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2차 실행방안에서 발표한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 및 비급여, 실손보험 개편 등은 시행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의료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만큼 의료개혁은 정당성을 잃어 추진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윤 대통령 파면 직후 성명을 통해 "정부는 무리한 의료농단을 시도하며 의료인과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결과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자초했다"며 "탄핵 인용을 계기로 의개특위 등에서 추진되던 잘못된 의료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정부는 일방적인 의료정책 강행을 멈추고, 의정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의료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며 "의학교육 정상화와 의료시스템 복원을 위해 상호 신뢰와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권에 무관하게 최선을 다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 및 비급여, 실손보험 개편 등은 국민의 의료접근성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만큼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은 비중증 환자가 대형병원에 가지 않고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향후 3년 동안 2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상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및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0조원 이상으로, 사실상 이미 건강보험종합계획에 속한 내용이기 때문에 정권과 무관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건강보험종합계획 내용은 정권과 무관하게 추진되기 때문에 새정부가 들어서도 없는 일로 만들 수 없다"며 "지금까지 추진해 오던 의료개혁 또한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의료개혁특별위언회 위원들 역시 임기를 연장하고 지속 운영할 방침이다.
그는 "의개특위가 논의하는 문제들은 특히 지금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꾸준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모아진 부분"이라며 "정권이 바뀐다고 방향성이 다르게 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오는 하반기 발표 예정이었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3차 실행방안 발표는 대통령 탄핵 여파로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3차 실행방안 중에는 미용의료 관리 개선, 면허제도 선진화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이는 의료개혁 정책 중에서도 특히 의료계 반대가 큰 사안들로 당장 탄핵 직후 당장 현 정부가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미 의개특위는 방향성이 사라지고 추진 동력을 잃었는데 사실상 3차 실행방안이 발표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의료개혁 일부는 시행 중에 있는데 의료정책은 서로 연관성이 커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에 하루빨리 거시적인 관심의 통합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2개월 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해 의료계 의견을 존중하며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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