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박원명 원장이 개원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30년 넘게 우울증과 양극성장애 등 기분장애 분야에서 임상과 연구를 병행해온 그는, 이제 '우영섭·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진료와 학술 활동을 이어간다.
박 원장은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명예의 전당에 1호로 헌액된 정신약물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지침서(KMAP-DD) 개발을 주도하고, 국내 최초로 우울증 및 양극성장애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양극성장애 교과서, 우울증 교과서, 임상신경정신약물학 교과서 초판 대표저자를 맡은 바 있다.
개원가에서 새 둥지를 틀었지만 그의 초점은 일반적인 임상을 벗어나 있다. 연구는 대학병원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소병원, 개원가 모두 각 종별에 맞는 특성이 있다며 개원가에서 '학술 네트워크'를 구축, 신선한 자극을 주겠다는 것.
박 원장을 만나 개원 이후의 행보와 개원가 중심의 연구회 활동 계획에 대해 들었다.
그는 인생 철학을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로 표현했다. "검소하되 초라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살겠다"는 뜻. 교수 시절 가슴에 새겼던 문구를 개원하면서 다시 다짐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주 6일 진료하시는 개원의들도 있지만 현재 주 4회 외래진료를 하며 나머지 시간은 연구와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대학병원 시절의 진료, 연구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원가는 환자를 대면하고 진료하고 처방하며 예후를 관찰하는 임상 그 자체"라며 "그런 까닭에 진료 현장에서 나오는 리얼월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료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예후를 보다 근거리에서 살피고 환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연구 환경적인 측면으로는 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제네릭과 제네릭을 개량한 개량신약이 국내 처방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비교를 주요 관심사로 설정해둔 상태다.
박 원장은 "개원가 위주의 논문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원가가 주축이 된 임상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며 외래 진료 현장에서 쌓이는 실질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임상연구를 통해, 대학 중심의 기존 학술 구조와는 차별화된 흐름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임상연구가 활발하다"며 "우리나라도 현실적으로 제네릭 의약품 사용이 많은 만큼,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비교하는 4상 임상연구 같은 실제적인 연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 교수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개원의들의 학문적 참여가 제한됐던 기존 학회, 학술활동의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우울조울병개원연구회(가칭)'를 구성, 개원가 학술 활동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
박 원장은 개원의들이 함께 연구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만드는 한편, 향후 대한우울조울병학회와 대한정신약물학회 내에서도 개원가 학술모임을 공식화해 종별 연구자들간 가교도 세운다는 복안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노인우울증의 중요성도 증대되고 있어 노인 특화 약물 가이드라인에 대한 근거화 작업도 그의 관심사다.
박 원장은 "노인우울증 역시 치매처럼 인지기능 저하를 동반하지만, 약물 처방에 대해선 규범적인 정의가 부족하다"며 "같은 성분, 용량이라도 고령자에서의 효과 차이가 날 수 있고, 특히 노인 우울증 환자가 명확히 자기 증상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노인 우울증의 진단, 치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연구가 많지 않다"며 "개원가 중심으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면 고령층에 특화된 약물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학술 활동의 일환으로 국문 우울증 및 양극성장애 교과서를 영문으로 출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독일의 세계적 학술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와의 협의를 마쳤으며, 2025년 초 출간을 목표로 막바지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기본적인 교과서 구성에 더해 '항우울제가 정말 효과가 있나'와 같은 도발적인 주제도 다룰 예정"이라며 "특히 이번 교과서에는 개원가 전문가들이 참여한 챕터도 포함해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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