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 변화와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저녁이 있는 삶, 취미를 누리는 삶, 평화로운 삶 추구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는 결코 비난받아 마땅한 태도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내과 기피 현상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
이보다는 업무 강도 조정,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 법적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와 같은 실질적인 근무 환경 개선이 뒷받침될 때 내과가 다시 '매력적인 전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희의대 심장내과 이진호, 우종신 교수의 '젊은 의사들이 내과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 관점 연구가 대한내과학회지 KJM에 1일 게재됐다(doi.org/10.3904/kjm.2025.100.3.99).
논문에 따르면 내과 기피 현상은 고강도 업무 구조, 낮은 보상, 과도한 법적 책임과 같은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는 결과이며,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내과 진료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랐다.
먼저 내과의 학문적·임상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내과 진료 환경은 여전히 과도한 노동 강도와 낮은 보상을 동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최근 들어 젊은 의사들의 내과 지원율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최근의 의료계 갈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젊은 의사들의 내과 기피는 단순한 선호 변화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남아 있는 의사들의 업무 부담 증가는 물론 중환자 치료와 같은 핵심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신호라 할 수 있는 점에서 그 원인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분과의 세분화와 정밀한 진료 능력 향상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줬다"며 "그러나 의료의 발전과 함께 사회적 가치관도 크게 변해 과거에는 직업의 명예와 자아 실현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개인의 삶의 질이 더욱 강조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삶의 질 중시는 의료계만의 현상이 아니라 장시간 근무와 높은 책임이 요구되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젊은 의사들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고려하게 됐다는 것.
내과는 외래 진료뿐 아니라 입원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관리 등 광범위한 진료 영역을 담당하며, 일부 분과에서는 시술 업무까지 병행해야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구조적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타 진료과와의 경쟁에서 내과를 불리한 위치로 만들고 있으며,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연구진은 "젊은 의사들을 이제 더욱 현실적이고 정보에 밝다"며 "과거에는 제한적이었던 전공 관련 정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통해 투명하게 공유되면서 각 진료과의 근무 환경, 당직 빈도, 보상 수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업무 강도가 요구되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충분하지 않은 내과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만큼 젊은 의사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
연구진은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한 사회적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사들은 더 많은 법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특히 복잡하고 위중한 질병을 다루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지는 선례들이 등장하면서 법적 책임이 적은 과를 택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전반의 가치관 변화도 내과 기피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직업적 명예와 자아 실현이 중요한 기준이었으나, 젊은 의사들은 저녁이 있는 삶, 취미를 누리는 삶, 평화로운 삶을 선택하는데 이는 결코 비난받아 마땅한 태도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가정과 직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어 내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내과 기피 현상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인식 개선을 주문해선 안 된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
구체적인 개선 과제로는 ▲업무 강도 완화 ▲보상 체계의 현실화 ▲법적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제도 마련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업무 효율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대한내과학회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개혁 의지와 실질적인 실행 계획을 주문했다.
연구진은 "전공의 개인의 헌신이나 명예감에 기댄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수련 환경뿐만 아니라 수련 이후의 진료 환경까지 통합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업무 강도를 줄이고 실질적인 보상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 의료 현장의 법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는 대한내과학회이며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학회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여 업무 강도 조정,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 법적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와 같은 실질적인 근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 디지털 헬스 케어 분야가 업무의 효율화를 가져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며 "의사 개개인은 물론 학회와 의료계 전체의 혁신적이고 과감한 접근만이 내과를 다시 매력적이고 보람 있는 과로 자리 잡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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