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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확대, '공정'인가 '통제'인가

발행날짜: 2025-09-01 05:00:00

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대체조제 간소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약제비 절감과 환자 선택권 보장을 내세운 조치지만, 의료 현장과 환자 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성분이라도 제형과 복용법이 다른 약이 존재하는 만큼, 안전 문제와 신뢰 위기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대체조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을 활용해 사후 통보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종전의 서면·전화 방식보다 단순해져 행정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복용하던 약이 예고 없이 바뀌는 경험 자체가 불안 요인이다. 약이 달라졌음을 모른 채 복용하다가 이상 반응을 겪는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모호하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처럼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는 변화에 취약하다. 성분은 같더라도 알약, 캡슐, 시럽 등 제형이 달라지면 복용법도 달라질 수 있다. 복약지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순응도가 떨어지고, 치료 효과도 저해된다.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돌아오는 건 선택권이 아니라 혼란이라는 지적이다.

혹자는 성분명 처방을 '공정한 약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특정 제약사의 약을 기계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환자가 다양한 동일 성분의 약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진료실 풍경은 다르다. 환자는 바뀐 약을 이해하기 어렵고, 의사는 바뀐 약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의료 현장의 부담은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 담론 뒤로 가려진다.

의료계는 이를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결국 환자 안전보다 재정 효율화에 기울어진 정책 기조로 해석한다. 개인 건강보다 약제비 절감이 우선시된다면, 제도가 환자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신뢰의 균열이다. 환자가 처방전과 다른 약을 받았을 때, 의문과 불신은 눈앞의 의사에게 쏠린다. 부작용이나 불만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가장 가까운 진료 현장이 1차적 비난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환자와 의사 간 신뢰 관계를 흔들고, 의료 현장 갈등으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

정책적 목표는 명확하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약제비 절감이다. 그러나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환자 안전보다 효율성을 우선한 제도가 지속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제도의 정당성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에서 비롯된다. 환자가 바뀐 처방의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면, 성분명 처방 확대는 공정이 아니라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성분명 처방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환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 책임과 정보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 약제비 절감이라는 국가적 필요와 환자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요구가 조화를 이룰 때만 제도의 공공성이 확보된다.

공정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제도가 환자의 동의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불신뿐이다. 환자 신뢰 없는 효율성은 오래 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 절감이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공공성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환자의 동의 속에서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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