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도 40년 가까이 자격증을 받지 못한 의사가 끝내 법정에서 패소했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미기재)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전문의자격증 교부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1980년대 전문의 제도가 자리 잡던 초기의 불완전한 제도 운영 속에서 비롯됐다.
의사 A씨는 1984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1987년부터 서울에서 의원을 개설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개원의다.
그는 1988년 제31회 K과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지만,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졸업연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격증 교부를 보류했다.
당시 신설 과목 전문의는 6년 이상 의료업무에 종사하고 300시간 이상 연수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시험 자격을 인정했다. 하지만 A씨는 경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후 1998년 의협으로부터 '자격 보류 통지서'를 받고, A씨는 2년 후 경력이 충족되면 자격증이 발급될 것이라 믿고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자 A씨는 2024년 10월 보건복지부에 자격증 교부를 신청했다.

그는 의견서를 통해 "(합격) 당시 K과 이사장이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말했고 학회는 명예자격증을 줬다"며 "1988년 당시 특례규정에 따라 자격요건을 갖췄고, 복지부가 보류 결정을 내렸으므로 신뢰보호원칙상 자격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자격증 교부를 거부했고, 이에 A씨는 서울행정법원을 찾았다.
법원 판단 역시 같았다. 재판부는 "당시 구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3항과 시행규칙 부칙 제2항 제2호는 신설 전문과목에 한해 일정 기간 '수련경력 인정 특례'를 인정했다"며 "하지만 이는 최초의 전문의 자격이 인정될 때까지의 기간에 한정된 것으로 K과의 경우 1988년 첫 전문의가 인정된 이후에는 더 이상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1988년 당시 의사면허를 취득한 지 3년여에 불과해 '6년 이상 의료업무 종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후 경력이 채워졌다고 하더라도 이미 특례적용 기간이 종료된 이상 소급해 자격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전문의 자격 인정이 보류된다는 개념은 법령상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가 추후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시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A씨가 주장한 신뢰보호원칙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A씨는 K학회에서 명예자격증을 받았고 H대학교에서 외래교수로 임용됐던 만큼 사회적으로 전문의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복지부의 공적 의사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히려, 복지부가 1988년 5월 대한의사협회장에게 보낸 문서에 따르면 A씨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 밝히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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