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만성질환 치료의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이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비만치료제 패러다임의 전환, 비만치료제 글로벌 시장변화와 개발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는 더 이상 체중 감량 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만성질환 치료제로 다뤄지고 있다.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지방간질환 등 주요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비만을 조기에 관리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건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적 개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와 함께 비만 치료제의 역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의 등장은 비만 치료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는 임상시험에서 기존 약물보다 큰 폭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체중 감량과 함께 혈당 조절과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비만 치료제는 단일 질환을 위한 약물이 아니라, 대사질환 전반을 관리하는 치료 옵션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다만 주사제 중심의 치료는 한계를 드러냈다. 자가 주사에 대한 부담과 냉장 보관, 투여 관리의 불편함은 장기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약물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치료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 이유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경구형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알약 형태의 GLP-1 치료제는 복용 편의성을 높여 치료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사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뿐 아니라 경증 비만 환자, 예방적 치료 대상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경구 GLP-1 치료제가 허가되며 주사제 중심이던 비만 치료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비만 유병률 증가와 함께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이 확대되면서 치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역시 비만 치료제를 차세대 성장 분야로 보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GLP-1 계열 치료제 임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기전을 앞세운 신약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비만 치료제를 단순한 체중 감량 수단이 아니라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치료 전략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비만을 조기에 치료할 경우 장기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차원의 접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비만치료제 등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 검토를 지시하며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지만, 고도 비만의 경우 일부는 급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BMI 기준에 따라 고도 비만 환자의 수술적 치료는 일부 급여 대상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약제 치료에 대해서는 급여 신청이 접수돼 적정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높은 약가와 보험 적용 여부, 장기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의 급여화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로, 치료 효과가 분명해질수록 접근성 문제는 더욱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비만 치료제의 방향은 분명하다"며 "체중 감량에 머물던 치료에서 만성질환 관리의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사제에서 경구제로의 전환, 단기 감량에서 장기 관리로의 변화는 비만 치료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는 상황 속 비만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의료 시스템 전반의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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