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고교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응급의료법 개정을 위한 국회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이 사고를 응급실 수용거부로 봐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바른의료연구소는 성명을 내고 최근 정치권의 응급실 이송 체계 관련 법안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국회가 사실과 다른 해외 사례를 인용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의료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

연구소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부산 고등학생 사망 사고가 응급실 뺑뺑이 사례로 규정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외상에 의한 뇌 손상 환자가 소아 간질 경련으로 오인돼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회 등에서는 이를 응급실 수용거부의 대표적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특히 연구소는 해당 사건 당시 구급대가 외상 관련 이송 문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배제된 채, 병원 14곳이 수용을 거부했다는 점만 부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의연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발의한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 개정안은 119 구급대나 구급상황센터가 이송 병원을 선정하면 의료기관이 이를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양 의원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구급대가 환자 상태를 평가한 뒤 이송 병원을 직접 선정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해외 사례의 단면만을 부각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실제 바의연 조사 결과 일본 역시 환자 이송 전에 의료기관과 정확한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것. 해외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병원의 수용 능력을 무시한 채 구급대가 일방적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바의연은 국회가 왜곡된 자료를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강제적인 법적 규제보다 ▲정확한 환자 분류 ▲이송 체계 내실화 ▲응급의료기관 실질적 수용 능력 확충 등 지원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의연은 "응급실 뺑뺑이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현상이고, 응급실 뺑뺑이가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응급의료 체계를 갖춘 유토피아는 지구상에 없다"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대한민국 사회와 국가조직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응급 현장을 도외시하고 응급의료기관에만 책임 지우려는 법 개정은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응급실 인력들만 처벌하는 보여주기식 대처만 내놓는다면, 더 많은 환자가 희생될 것"이라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해소시키는 것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시스템을 의료 전문가를 중심으로 고도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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