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2026년 새해 시작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진단 솔루션부터 에너지 기반의 미용 의료 기기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와 전시회에 잇따라 참가해 현지 의료진 및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구체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
26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주요 국내 업체들이 해외 행사 참석을 통해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현지 유통망 구축과 실질적인 계약 체결을 위한 전략적 포석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의료 AI 전문기업 제이엘케이는 오는 2월 4일부터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뇌졸중 학술대회인 'ISC 2026'에 참가해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제이엘케이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의 뇌졸중 전주기 AI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미국 대형 병원 및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의 도입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현지 사업화를 주도해온 뇌졸중 전문가 랜스 J. 리 교수가 직접 발표자로 나서 솔루션의 임상적 유효성과 미국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사업적 확장성을 조명한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ISC는 뇌졸중 분야에서 임상과 정책, 산업을 연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 무대"라며 "이번 참가와 발표를 계기로 제이엘케이의 솔루션이 미국 대형 병원과 글로벌 파트너들로부터 임상적 신뢰와 사업적 경쟁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레이저 및 에너지 기반 메디컬 솔루션 기업 원텍은 유럽과 중동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원텍은 세계 최대 규모의 피부·성형·에스테틱 학술대회인 'IMCAS World Congress 2026'에 참가해 올리지오 X와 라비앙 등 주력 제품군을 전시하고 임상 시연 세션을 운영한다.
특히 파리 현지 호텔에서 글로벌 의료진 150여 명을 초청해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하며, 각국 전문가들의 실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학술 교류를 진행한다.
원텍 관계자는 "올해 IMCAS는 유럽·중동 시장 공략의 교두보이자 원텍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최근 주요 국가에서 제품 인증을 연이어 확보한 만큼, 각국 의료진과의 실질적인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유럽·중동 진출 전략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주도하는 휴이노 역시 중동 시장의 관문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WHX Dubai 2026'에 참가해 글로벌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낸다.
2년 연속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휴이노는 최근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해 안전성과 기술력을 입증받은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메모 패치' 제품군과 차세대 AI 진단 플랫폼을 선보인다.
휴이노 길영준 대표는 "WHX Dubai 2026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무대"라고 강조하며 "AI 기반 장기 심전도 진단 기술을 통해 글로벌 의료 현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해외 파트너십 확대와 사업 기회 창출로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K-의료기기 업체들이 세계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6%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 남짓에 불과하다.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히 나타난다. 지난 2025년 상반기 국내 보건산업 수출은 역대 반기 최대 실적인 138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의료기기 분야 역시 초음파 영상진단기와 전기식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인정받은 주요 기업들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의료 AI 선두 기업들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원텍과 같은 미용 의료기기 업체들 역시 태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 공략을 통해 수출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레이저 피부미용 기기를 생산하는 A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사실상 해외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입소문이 나면 해외 시장을 뚫거나 바이어에 어필하기 좋은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은 초기 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의료진들은 제품 사용에 있어 만족 기준이 높아 개선 요청 사항을 보완하면 해외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며 "과거엔 전시 부스에서만 홍보를 했다면 지금은 현지 전문가의 발표회나 대규모 네트워킹 행사를 직접 주최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다각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도 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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