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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혹은 소멸 기로 선 DTx, 임상현장 기반 마련"

발행날짜: 2026-02-12 05:30:00

이헌정 디지털치료학회 신임 회장, 의료기관 운영지침 제시 의지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1년, '책임 소재·수가' 불확실성 지적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한 때 '디지털 치료기기(DTx, Digital Therapeutics)'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이자 미래 지향형 산업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현재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DTx) 산업은 제도권 안착과 소멸이라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가운데 대한디지털치료학회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임상 현장 중심의 혁신'을 선언했다.

디지털치료학회 이헌정 신임 회장이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2일 이헌정 신임 회장(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기술의 가능성을 논의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안전하고 일관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에 사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도와 현실 간극, 운영 지침 제시 과제

우선 이헌정 회장은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임기 내 최우선 과제는 기술의 잠재력을 설파하는 수준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고 일관된 처방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거와 수가, 진료 프로세스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학회는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대변하기보다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운영 원칙을 정리해 디지털 치료의 확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진이 DTx를 자신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그는 2025년부터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기존 약사법보다는 진일보했으나, 실제 현장에 적용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수적인 DTx의 특성상 버전 변경이 임상 근거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변경 범위에 따라 무엇을 추가 검증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회장은 "처방 이후의 사용 중단이나 데이터 누락, 이상반응 대응 등 현장에서 빈번한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와 모니터링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료진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학회는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 지침을 제시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윤리와 보안 문제 역시 현장의 큰 장벽이다. 이 회장은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 흐름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투명성 보장을 '디지털 의료 데이터 가이드라인'의 핵심 원칙으로 세웠다.

그는 "치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수집하고 상업적 활용은 명시적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보안사고 발생 시 통지 기준은 물론, 데이터 오류나 편향이 임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품질 기준도 함께 설정해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역설했다.

이헌정 신임 회장은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및 확산을 위해서는 수가와 미비한 보상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단순 수가 넘어선 '관리 보상' 절실

국내 1, 2호 디지털 치료기기 출시 이후에도 처방 확산이 더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이 회장은 낮은 수가와 미비한 보상 체계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처방 확산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처방 이후 교육과 모니터링, 피드백 등 의료진에게 전가되는 업무와 책임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수가 모델은 단순한 '제품 사용료'가 아니라, 초기 평가부터 중간 개입, 치료 성과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구조여야 하며, 특히 환자의 지속적 사용을 독려하는 '관리 수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와 함께 대학병원을 넘어 1차 의료기관까지 디지털 치료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진료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처럼 의사가 데이터 해석부터 환자 교육까지 전담하는 구조로는 시간적·인력적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의료진에게 생소한 원자료를 해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큰 처방 장벽이 된다"며 "의사는 적응증 판단과 핵심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기본 모니터링은 DTx의 UI·UX를 통해 지원받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의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DTx 기업들의 부침은 기술력이 아닌 임상 가치와 사업 모델이 의료 시스템 내에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정부는 단기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근거 축적과 수가 설계를 연동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등 신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업 또한 단순 앱 개발이 아닌 '치료 제공' 본질에 집중해 임상적 유효성과 환자의 지속적 사용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존 약물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위험도 기반으로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실사용 근거 축적에 맞게 제도를 합리화해야만, DTx가 예방과 건강 증진으로까지 확장돼 임상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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