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한국은 국가 검진 시스템 덕분에 진단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지만, 새로운 옵션으로 치료는 빨리 이뤄지지 않습니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들은 이 말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처한 뼈아픈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초·중·고교 학생 시절부터 직장인 건강검진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국가 검진 시스템 덕분에, 한국은 질병의 '씨앗'을 찾아내는 데 독보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특히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와 AI 진단 기술까지 가세하며, 과거엔 원인조차 모르고 앓았던 희귀질환들까지 속속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진단에도 적절한 치료에는 늘 공백이 존재한다.
전 국민 건강검진과 건강보험으로 인해 만성질환이나 경증 질환 관리에는 탁월하지만 희귀질환 등에서는 그 벽이 한층 더 두껍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해도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급여 등재'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길고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낮은 '약가' 정책 탓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출시 순위에서 한국을 뒷전으로 미루는 '코리아 패싱' 현상까지 고착화되고 있다.
결국 조기 진단이라는 행운을 얻고도 그에 걸맞은 조기 치료가 뒤따르지 않아, 환자들이 직접 약을 찾아 헤매고 급여를 호소하는 상황이 매번 반복된다.
실제로 임상 현장과 맞닿은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새로운 옵션이 나왔지만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탄식이다.
여기에 "희귀의약품일수록, 또 환자 수가 적을수록 급여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희귀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빠른 허가 및 이중 약가 등을 고심하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새 치료 옵션의 도입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가의 몫으로 돌아온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졌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건강을 회복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환자들이, 급여를 기다리는 사이 증상이 악화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더 큰 의료비 지출과 사회적 활동 제한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검진 시스템 구축으로 얻어낸 '조기 진단'이라는 성과를 '조기 치료'를 통한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조기 진단을 통한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일찍 발견한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빠른 급여를 포함한 유연한 결정이 절실하다.
치료 시기를 놓친 뒤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지금 급여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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