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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직원의 위장조사, 법원의 결론은?

오승준 변호사(액시스)
발행날짜: 2026-08-18 05:00:00

오승준 변호사(액시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5292 판결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상 위장조사의 적법성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보험회사 직원의 위장 방문으로 촉발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인 의사 A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5292 판결). 보험사 직원이 일반 환자로 가장해 병원을 방문한 뒤 "수액을 10회 맞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허위 진료기록 작성을 유도했고, 의사는 실제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날짜에도 진료한 것처럼 기록을 작성했다. 그 결과 의사는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까지 받게 되었다.

의사 A는 소송에서 보험사 직원의 조사행위가 사실상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므로, 이를 기초로 한 행정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함정수사에 관한 항변과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이 알려진 이후 실무에서는 다소 우려스러운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보험사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에서는 "법원이 보험사의 위장조사를 적법하다고 인정했다"는 취지로 이 판결을 해석하면서, 유사한 방식의 조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법원이 이 사건에서 위장조사 전반에 광범위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보험사 직원이 환자로 가장해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유도해도 된다"는 일반적인 허용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부정한 것은 '함정수사' 적용 가능성이다

함정수사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 입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본래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정도의 수사방법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지만,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하여 범의를 유발한 뒤 범죄인을 검거하는 이른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 자체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는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법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함정수사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범행을 유인한 사람이 수사기관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수사기관과 무관한 사인이 자신의 독자적인 동기에서 범행을 부탁했고, 그 부탁 때문에 상대방에게 비로소 범의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서울행정법원이 이 사건에서 확인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회사나 그 직원에게 체포·압수·수색·신문과 같은 국가의 수사권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으며, 이 사건 보험사 직원이 의사를 찾아가기 전에 경찰이나 검찰과 직접 연결되어 범행 유도를 지시받았다고 볼 만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 위장방문을 국가의 수사행위로 귀속시킬 만한 사정이 없었고, 따라서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가 적용될 전제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즉, 법원이 확인한 것은 "이 사건 위장방문은 국가에 귀속되는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훨씬 좁은 범위의 판단이다. 따라서 보험사 직원과 같은 사인의 조사행위가 그 자체로 적법한지, 또는 다른 법률상 한계를 넘었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사적 조사까지 적법한 것은 아니다

한편, 보험사 직원의 행위가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가 언제나 적법한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수집한 증거라 하더라도, 그 수집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형사절차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증거의 사용을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3990 판결 등 다수).

나아가 사인이 자료를 취득하거나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과정 자체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른 법률을 위반하였다면, 그 자료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의사 A에 대한 이번 판결 역시 그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이 판결이 보험사 직원의 접근 방법, 녹음 여부, 개인정보의 취득 경위 등 사적 조사행위 전반의 적법성을 일반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판단한 핵심은 보험사 직원의 위장방문을 국가의 수사행위로 귀속시킬 수 없어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이를 두고 "보험사 직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환자로 가장하여 위법행위를 유도해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판결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다.

오히려 사인이 단순히 기존의 위법행위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본래 이루어지지 않았을 허위 진료기록의 작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범행을 구체적으로 유발하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도 사인의 함정교사가 피유인자의 형사책임을 면제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함정교사를 한 사인 자신의 위법성이나 형사책임은 별개의 문제라고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관여 방식과 고의의 정도에 따라서는 보험사 직원에게도 의료법 위반의 교사범 등 별도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2024년 보험사기방지법 개정 이후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사건 위장방문의 시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2024년 2월 13일 개정되면서 제5조의2를 신설하여, 누구든지 보험사기행위를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이 조항은 2024년 8월 14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사 직원의 위장방문은 2024년 7월 23일, 법 시행을 불과 3주가량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현행법 아래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보험사 직원이 환자로 가장하여 보험사기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면,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여부와는 별개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5조의2 위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의 강제수사 참여는 대법원이 제한했다

또 하나 함께 살펴볼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6일, 보험업계 관계자의 강제수사 참여를 정면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치과병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생명보험협회 소속 치과위생사를 약 3시간 동안 현장에 참여시켜 서류 열람, 문서 분류, 진료기록 확인 등에 관여하게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참여권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를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임의로 참여시킨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해당 압수수색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12. 16.자 2020모3326 결정). 특히 대법원은 해당 관계자가 개별 보험회사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오히려 보험사의 독자적인 사적 조사와 국가의 강제수사에 대한 관여는 전혀 다른 법적 영역이고, 각각 다른 기준으로 적법성을 심사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위장조사의 허용 범위는 여전히 법적 공백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결국 "기존의 보험사기 의심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범행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조사" 사이에 아직 뚜렷한 법적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의 알선·유인·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위장환자를 투입하여 기존 혐의를 확인하는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느 지점부터 새로운 범죄를 만들어내는 행위로 평가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법령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보험사에 위장조사의 면죄부를 준 판결이 아니다. 법원이 판단한 것은 보험사 직원의 행위를 국가의 수사행위로 귀속시킬 수 없어 형사소송법상 함정수사 법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제한된 쟁점일 뿐이다. 그 바깥에는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법의 문제, 사인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 그리고 대법원 2020모3326 결정이 확인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강제수사 참여 한계가 남아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보험사가 위장조사의 범위와 방식을 확대하려 한다면, 의료기관으로서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나머지 영역까지 적법성이 확인된 것처럼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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