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주사제 수작업 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과 투약 오류 등이 보건의료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를 방지하는 일체형 주사제 키트가 임상 현장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원가 절감 중심 약가 정책이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 주사제 약가 인하 여파로, 같은 코드로 묶인 일체형 주사제 키트 역시 인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이에 채산성 문제로 관련 제품이 단종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제약산업계 우려와, 이 제형이 주는 재정 절감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료계 제언이 함께 나온다. 약가 인하로 절감한 재정 보다, 일체형 주사제 키트의 예방 효과로 보전한 기회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수작업 조제 한계 뚜렷…감염·투약 오류 등 손실 커
실제 의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개방형 수작업 조제는 여러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진행한 실태 조사에서, 처방 및 투여 등 의약품 사용 전 과정에서 연간 약 2억3700만 건의 투약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영국 전역과 다른 의료 및 요양시설 등으로 확대 적용한 숫자다.
이 중 환자에게 중등도 이상의 위해를 초래할 잠재성이 있는 오류는 28%에 달했다. 회피 가능한 약물 이상 반응으로 인한 연간 추가 입원일수는 18만 1626일이었으며, 사망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약 1708건이었다.
이에 따라 영국 국가보건서비스가 부담하는 경제적 손실만 연간 약 9846만 파운드(한화 약 1879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일본 사정도 비슷하다. 일본 의료기관에서는 보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해 연간 약 52만5000건의 의료종사자 주사침 찔림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사고 1건당 초기 진단 검사비와 생산성 손실 등을 합쳐 약 6만3711엔(한화 약 56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일본의 총 경제적 부담은 연간 약 334억 엔(한화 약 2966억 원) 규모다. 개별 병원의 안전사고가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막대한 기회비용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

■촌각 다투는 임상 현장 "일체형 주사제 키트 유효성 확실"
이에 국내 의료 현장에선 관련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형 주사제 키트 활용이 늘고 있다. 수작업 조제 시 주사침이나 바이알 고무마개를 통해 오염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된 중환자에겐 중심정맥관 관련 혈류감염 등 원내 감염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를 직접 사용하는 간호사 역시 관련 제형이 주는 편의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약제 소분이 불필요한 것에 더해, 투약 시간 자체도 단축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환자 관리에 쓸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체형 주사제 키트 단종으로 기존 수작업 혼합 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간호 업무 부담과 환자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더욱이 바이알, 일회용 주사기 등 감염성 의료 폐기물이 늘어 병원 차원의 처리 비용 부담도 커진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 출신 간호사는 "키트 주사제는 챔버를 깬 뒤 체결하기만 하면 돼서 직접 주사할 때보다 확실히 편하다. 모든 항생제가 이렇게 나왔으면 싶다"라며 "반복적인 바늘 조작이 없는 만큼 주사침 찔림 사고가 줄고, 침습적인 행위가 없으니 환자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환자실 특성상 업무가 많고 위급 상황도 잦은데 이렇게 급박한 환경에선 휴먼 에러가 발생하기 쉽다"며 "더욱이 항생제와 믹스 약물 챙기는 일은 특히 실수가 발생하기 쉬운데 관련 제품이 투약 오류를 줄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감염 전문가 역시 수작업 조제가 지닌 취약성을 우려하고 있다. 약제를 직접 소분하면서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무균 시설이 필수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 병동 구조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감염 관리 원칙상 모든 주사제의 소분이나 혼합은 무균적 시설에 가까운 환경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병동이나 외래 환경은 그렇지 못해 감염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키트화된 제형은 단순히 다루기 편한 것을 넘어 주사 안전 실무와 관련된 사고를 예방하는 데 상당히 기여해 왔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프트리악손이나 반코마이신 키트 등이 없어져 이를 다시 병동에서 수작업으로 소분하고 혼합하게 되면 감염 사고 발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무균 조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주사제의 소분이나 혼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일괄적인 약가 인하는 이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릉 집단감염 사태 교훈…일체형 주사제 키트 경제성은?
수작업 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및 감염의 위험성은 국내에서도 현실화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강원도 강릉의 한 의료기관에선 신경 차단술을 받은 환자들이 황색포도알균에 집단 감염돼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역학조사 결과 시술 직전 주사기로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을 수작업으로 혼합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무균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이뤄진 개방형 수작업 조제의 위험성이 드러난 사례다.
반면 일체형 제형을 전면 도입한 의료기관에선 감염 예방에 더해 자원 효율화에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1500병상 규모 3차 의료기관은, 투약 직전 활성화하는 일체형 백을 도입해 처방 변경 등으로 인한 항생제 폐기량이 기존 대비 72.6% 급감했다.
간호사 투약 준비 단계 역시 기존 14단계에서 8단계로 줄어 업무 복잡성이 완화됐다. 약사와 간호사가 약물을 준비하고 혼합하는 데 투입하는 시간 요구량도 66.7% 감소하는 등 의료진 업무 효율성 증대 효과가 확인된 것.

■사법부도 인정한 특수 제형 가치…신뢰이익 보호 무게
이 같은 특수 제형의 가치는 국내 사법부를 통해서도 인정받았다. 과거 서울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가 일체형 항생제 키트 주사제 9개 품목의 성분 분류 변경을 이유로 단행한 상한금액 인하 고시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에서 등장화제로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최대 47.6%의 약가 인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품목 허가사항 변경이 상한금액 조정의 필요성을 자동으로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재판부는 성분 분류만 바뀌었을 뿐 의약품의 효능이나 효과 등 실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체형 키트 구조가 감염 위험 경감 및 조제 오류 감소 등 단순 합산 이상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절감의 경제성을 지닌다는 점을 인정한 것.
또 제약사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건의해 온 점을 들어 기존 약가 산정 기준 유지에 대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행정 편의주의적인 약가 인하가 제약사의 사익 침해는 물론 기술 발전 장려라는 공익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법리적 해석이다.당시 법원은 "성분 분류가 바뀌었을 뿐 의약품의 실질적인 효능이나 효과는 변하지 않았기에 품목 허가사항 변경이 상한금액 조정의 필요성을 자동으로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일체형 키트 구조는 감염 위험 경감 및 조제 오류 감소 등 단순 합산 이상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절감의 경제성을 지닌다"고 판시했다.
이어 "행정 편의주의적인 약가 인하는 기존 약가 산정 기준 유지에 대한 제약사의 신뢰이익과 사익 침해는 물론, 기술 발전 장려라는 공익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방 위한 선제 투자 중요 "장기적 의료재정 절감"
해외 선진국과 국내 보건당국 산하 기관 역시 총비용 관점에서의 선제적 투자 중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8년 주사제 안전사용을 위한 종합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일체형 안전용기 주사제에 대한 약가 가산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제형을 통해 환자 감염 위험과 조제 과오 위험을 경감하고, 응급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라도 약가 우대 제도를 도입, 안전한 주사제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일본의 경우 조제 과정의 오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키트나 프리필드시린지 등 완제품 형태의 일체형 제형을 80~90% 비율로 적극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 무균 제제 처리의 위험도와 폐쇄식 연결기구 등 특수 기구 사용 여부에 따라 조제료를 차등 보상하는 등 환자 안전을 위한 특례 제도를 확립해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 엄중식 교수는 "경제적 요소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약가를 일괄적으로 낮추면 병원 입장에서는 감염 관리의 위험 요인이 생기는 것"이라며 "주사제 혼합과 관련된 감염 사고 빈도가 증가하게 되면 결국 사고 해결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늘어난다. 이는 보험 재정 절감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